보리암 가는 길은
오색 창연한 등 행열로 장관이었다..
부처님 당시 등은 어둠을 밝히는 용도였지만,
지금은 상징적 의미만 남은것 같다.
스무살적, 불교청년회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이맘때면 절에서 청년 불자들에게 연등재료인 연꽃잎종이를 나눠주었는데.
주름이 작게 나있는 결 한쪽끝을 모아서
손끝에 풀칠을 하여 또로록 비틀어 연꽃잎 꼭지를 만들었었다.
만 꽃잎은 차곡차곡 챙겨두었다 초파일이 가까워지면
날을 잡아서 법당에 모여 밤 늦도록 연등을 만들었었다.
연살 뼈대 철사에다 속지를 붙이고, 등을 엎어놓은 뒤 초록 꽃받침을 한 바퀴 붙인 후
꽃분홍 꽃잎을 한층 한층 교차시켜가며 연잎을 붙였은데.
덕분에 이 맘때면 손가락 가락마다 붉게 물들어 있던 때이기도 했다.
그때 어린 생각에도 우리가 만든 등을 접수하여 달거나 하는 것보다.
만드는 공덕이 더 크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했었다.
연등을 만들면서 좋았던 시간들, 그런 기억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절에가서 등을 단다고 이런 마음이 남을까..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일이다
이맘때 등을 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형편이 못 되는 불자들에겐,
직접 만든 등을 달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그때도 했었다.
절 입구나 대웅전 좋은 자리의 등 값은 얼마라느니 그 시절에도 그런 얘기가 있었다.
돈으로 신앙심이 고양(高揚)되기야 할까마는 그렇게라도 하고 싶어하는 信心과
그것에 맞물린 모습은 불자로서 봐도 못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때 젊었던 우리는 '나만의 등'을 만들어 등록은 당연 하지 않은채
절 구석진 곳에 달아놓기도 했었다. 스님이 알고도 묵인해 주셨지만,
나 혼자만 알아보는 등을 보는 기분이란..
초파일 전날 도량 구석 구석 등으로 어둠을 밝혔고,
초파일 날 제등 행열이 있을 쯤이면 초파일 분위기는 절정이었었다.
지금은 그런 손길들도 줄었는지
직접 만든 꽃분홍색 연등은 대웅전에 들어야만 볼 수 있는 귀한 등이 되었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남해 금산 - 이성복
다시 보리암을 가 보겠다고 결정한것은
이성복의 남해금산 詩를 처음 접했을 때였다.
이미 보리암을 다녀온 후였고,
다시 가서주변의 돌 바위들을 보고 싶었다.
2년전 그때처럼 보리암은
운무로 한발 내 디디면 절벽인 듯하고,
한발 내 디디면 바위로 든듯 하여,,
들고 남이 공존하는 곳 같았다.
해수관음상 우측으로 치우친 듯,
고졸한 분위기의 이 탑도 다시 보고 싶었던 것이다.
원효대사가 암자를 들인 뒤,
가락국에서 수로왕비 허태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돌로 세원 탑이라고 한다.
인도 갠지스강 하류에서 발견된다는 이 돌은 자성을 띄고 있으며
보리암이 절벽에 걸린 듯한 아슬아슬한 지형인지라
나쁜 기운을 누르려고 세운 탑이라고 한다.
관광해설사가 보리암은 한 번 오고 나면 또 오고 싶은 곳이라고.
왜 그런지 모르지만 처음오는 사람보다 또 왔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했다.
산이 가진 기운이 세다는 전설도 있고
이성계의 기도 효험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구름 이불 덮은 보리암이랄까.
두번째로 왔건만,
그 여인을 따라
그 사내가 들어갔다는
돌하나 바위 절벽하나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처음 왔던 때처럼
바다또한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무엇이든(현실이라도)
잠깐 내려 놓아도 좋을 것 같은,
어쩌지 못해서, 냉혹해서.
시인은 이를 시를 쓴 것일까..
존재란 그렇게 완전한 것이라 곤 없는것 같다.
구름 속에 든 것 같은 보리암을 돌아나오며..
다음에 또 시간이 된다면
그 때는 맑았으면 좋겠다는,
이상하게 처음 왔을 때도 그렇고
돌아서는 발걸음에 미련같은 끈근한 무엇하나
안고 돌아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보리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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