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열매, 열매들!

구름뜰 2011. 6. 27. 10:32

시원한 음료가 당기는 계절이다.

이른 봄, 매화부터 개화를 시작한 꽃들의 경연은 어느새 열매로 거듭 나고 있다.

자연은 어김없고, 그 어김없음이 얼마나 순조롭고 평화로운 일인지.. .

어김없는 것들이 주는 이 소중한 먹거리들도 놓칠 수 없는 자연의 혜택이다.

 

 

매실음료다.

수시로 한 잔씩 하는 음료인데,, 마트 진열장 그 어떤 음료보다 개운한 음료다.

 

유월에 담근 우리집 열매들 올려봅니다.

눈요기로 시원하고 상쾌한 하루 시작하시길...

안담궈 보신 분들있다면 제철인 열매들 담궈보시길.

비율이라면 원재료와 설탕을 1:1 비율로 하는것, 

그리고 항아리가 있다면 유리병보다 낫다는 정도, 없다면 유리병에.. 

 

나머지는 꽃필때 기다리 듯, 시간이 해결해 주지요.. 

그냥 담그고 날짜만 확인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ㅎㅎ

맛있는 기다림도 행복한 시간,,

 

 

요 매실은 작년 6월 23일에 담근 것이다.

두 항아리 담궈서 각종 요리 안 넣는 곳이 없이 열심히 먹는데도,

이렇게 한 항아리가 남아 올해는 담그지 않기로 했다. 

 

 

 

요것은 올해 첨 담궈본 돌복숭아다.

꼭 매실 크기다.

 

 

야산에 난 재래종 복숭아 인것 같은데

남편의 지인 분이 한 가득 채취해서는 나눠 주신 것이다.

털복숭이가 많아서 이것을 씻느라고 애를 먹었다.

세제로 씻지 말고 하나씩 쑤세미로 닦았는데 장난아니게 공이 들었다.

 

 

 

 

 

몸에 좋다는 얘기도 있고, 올해 처음이라 검색해보니

만병통치약 처럼 좋다는 자료가 많았다.

어떤 맛인지는 모르지만 잘 숙성되기를..

 

 

 

요것은 오디다.

쨈을 담글까 하다가 남편을 위해서 술을 담궜다.

그냥 먹어도 맛있다.

어릴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주전부리였다.

입술이 시커멓게 되도록 따 먹었는데,

옷에 묻으면 얼룩이 남는다.

 

 

 

잘 익어서 좋은 사람 만나는 자리에선 가볍게 한잔씩 즐겨도 좋을 듯.

역시나 거의 몸에.. 거의 ,, 보약! 자료를 찾아보니.. .ㅋㅋ

 

 

 

부처님 진신사리같은, 아니 석가모니 부처님께 욕 될려나,,

'사리'같은 요것도 올해 첨 담궈본 보리수 열매다.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과 아무 상관없는 상황인데

이 열매를 설탕에 버무리니, 어찌 이리 사리같은 느낌인지..

굵기가 고르지 않은 것 까지.. 참 ,,

 

내 고향에선 이것을 '보리똥'이라고 했다.

 

 

 

어릴적 우리집에는 소가 있었지만

내가 맏이고 남동생은 너무 어려서 소 먹이러 갈 일손이 없었고,

옆집 봉순이네 집에서 키워주었었다.

내 기억에 송아지를 낳으면 주기로 하고 키웠던 것 같다.

 

 

 

 

우경 농작 할 때라 '소 한마리'는 큰 재산이었다.

일 때문에 소를 하루 빌리기도 했으니까..

소 있는 집 아이들은 방과후 소 풀(꼴)을 먹이러 모두들 소꼴로 갔다.

그 일은 사내아이들만의 전유물같은 거였다..

 

아침을 먹고 나면 어른들은 소를 마을 둔덕에다 매어 놓았는데. 

점심때 쯤 아이들이 소먹이러 출발을 했었다.

기억에 30여 마리가 넘었던 것 같고 그 행열이 장관이었다.

소가 있는 집엔 어린, 그러니까 소 줄을 잡고 그 행열에서 뒤 처지지 않을 정도만 걸을줄 알면, 

행열에 낄 수 있는 ㅎㅎ 그런 편향적인!1 면이 있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부터 떠꺼머리 총각까지 동네 남정네들은

다 모여서 여름 한낮부터 저녁까지 소꼴에서 보냇다.

 

계집애들은 소꼴 앞 내(川)가 좋아서 수영하러  더러 갔지만,

금녀의 구역도 아닌데 소꼴(산 언덕배기)엔 올라가보질 못했고,

중학생 정도 되었을 때 몇 번 가 본적 있었다.

돌이나 풀을 가지고 노는 놀이라거나,

감자를 구워먹는다거나 등등 먹거리를 비롯 워낙 야생적이라

남성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원시공동체!!같은 그런 곳이었다는 느낌.

 

 

신작로를 따라서 우리 마을아래쪽으로 삼십분 정도 가야 소꼴이 있었는데

선두부터 마지막 주자까지 쭈욱 선 행열은 오십여미터 남짓 장관이었다.

더 장관은 저녁 어스름 귀가행열이었는데.

어른들도 그 행열을 수고한 귀가길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갈때는 빈 손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수확물이 많았다.

소의 등에 풀을 한 짐씩 지고 돌아오거나,

산에서 난 들꽃을 꺽어서 소 머리나 등에 장식해 오기도 했고, 

전리품인양 채취한 열매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소들의 배는 빵빵하도록 불렀으며, 들고 오는 먹거리들도 귀한 것들이었다.

칡뿌리, 머루, 다래, 그리고 이 보리똥 열매도 있었다.

소꼴 깊은 산속에만 나는 것이었고, 따다주어야만 구경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열매는 사내아이들만이 채취할 수 있는 특권처럼 보였다. .

 

개선장군처럼, 나보다 훨씬 어린 사내녀석들까지 뿌듯한 귀가길이었고

나는 삽작에 나가 그 행열을 구경하기도 했었다.

어떤 날은 귀가가 늦어지기도 했는데 누구네 소가 깊은 산으로 들어가

모두  찾느라 늦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의리까지 있는 소먹이는 문화에서, 사내아이들은 어린나이때부터

사회성을 길러가고 공동체문화를 체득해가지 않았을까 그런 짐작도 해 본다.ㅎㅎ

 

 

'보리똥'은 그런 추억의 열매인데 이것은 내 손으로 직접 딴 열매다..

지인이 전라도 쪽에서 올 이름봄 정원수로 10여 그루를 사다 심었는데

신기하게도 가득 열렸다.

앵두나무보다 더 빨갛고 크게 열린 보리수 열매가 얼마나 이쁘고 신기한지,

예전 고향에서 오빠도 없어서 몇 번 얻어 먹어본  기억만 있는 열매였는데..

그때보다 훨씬 컸다. 개량종이라고 한다.

개량종은 가지에 가시가 없고, 재래종은 가시도 많고 열매는 훨씬 작다고 한다.

 

 

 

 

담그고 일주일 쯤 지난때다.

처음 담근거라 빨간즙이 나올줄 알았는데 투명하다.

이것 역시 100일 정도 지나야 가장 맛나다고 한다. 

어릴적 먹었던 것보다 훨씬 커서 그냥 먹기도 좋았는데

처음 먹어본 친구들은 약간 떱떠름 하다고 했다.

 

어김없는 제철 먹거리들이 풍성하다.

때 놓치지 말고 조금만 신경쓰면 사철 내내 음료는 물론,

양념재료로도 손색이 없는 열매들이다..

좋은 때, 좋은 열매들 놓치지 말고 맛있는 행보들 늘려가시길..

 

'맛있는 행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어무침  (0) 2011.07.02
깻잎 김치  (0) 2011.06.30
영농일지 - 조금만 천천히..  (0) 2011.06.17
영농일지- 제각각 조화롭고 아름다운 것들  (0) 2011.06.01
영농일지- 땡볕에서 모종을 심다  (0) 2011.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