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담은 고들빼기 김치다.
이 김치는 다음주 산소 벌초 겸 서울에서 오시는 큰 시숙님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다.
시아주버님은 고들빼기나 가죽김치등 옛날 먹었던 향수 어린 찬들을 좋아하셔서 오실때면
맛보이고 싶어서 꼭 장만하는 편이다.
드시면 그냥 드시는 게 아니라,
"제수씨 참 맛있습니다."라고 칭찬해 주시며
까탈스런 입맛이신줄 익히 알고 있는데도 매번 밥 한그릇을 맛나게 비우신다.
맛나기야 할까만은 맛있게 먹어주시는 그마음이 항상 고마운 것이다.
그러니 지난 주 산책 갔다가 어떤 할머니께 직접 캔 것이라며 팔고 있엇는데
보자마자 바로 아주버님이 생각날 수밖에.. ㅎㅎ
제철도 아닌
고들빼기 김치
레시피 올려봅니다.
먼저 고들빼기는 깨끗이 다듬어
소금물에 3,4일 정도 삭힙니다.
숨죽이는 과정이고 쓴맛을 빼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삼일정도된 상태입니다.
삼일쯤 지나면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냅니다.
물을 몇 번 갈아서 우려내는데
쓴맛을 즐기시는 분들은
소금기 빼는 정도로만 조절해서 담궈도 되겠지요.
갖은 양념해서 무치면 되는데
양념장엔 고춧가루, 멸치 액젓, 파, 마늘, 생강, 깨소금, 물엿, 매실청, 등입니다.
제철인지 모르겠는데 줄기가 잘 자랐습니다.
잎이 무성하여 먹을 것이 많고
뿌리는 연하고 쓴맛도 그리 강하지 않은 걸 보면,
아마도 지금것도 제철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가을이면 쓴맛도 더 강해지고 뿌리도 더 억세질 것 같으니
그때 것이 더 참맛이 날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
쓴맛이 입에 착 감기고,
식욕 돋우는 찬이지요.
맛나게 담궈졌는데 사진 색감이 쬐끔 아닙니다. ㅎㅎㅎ
카메라 이야기..
차만큼, 아니 차보다 더 요긴하게 쓰는 내 재산목록 아니, 애용품 1호인 카메라가 고장이 났다.
갑자기 전원만 켜면 렌즈부분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하는데, 무슨 바이브레이션이 그리 요란한지.
AS센터로 갔더니 렌즈에 이상이 생겨 서울 큰병원으로 보내야 한다는 상황이다.
하루도 카메라 없이는 일도, 취미생활도 영 아닌데.. ㅎㅎ
보낸지 사흘째. 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오늘은 예전 신문사 취직했을 때,
남편이 기념으로 거금! 들여 사준 카메라를 꺼냈다.
디지털 카메라 완전 초창기 시절 것인데. 취재현장에서 메모하기 곤란한 때,
곧바로 녹음을 뜰수 있어서 요긴하게 썼었던 카메라다..
그 당시엔 9가지나 되는 국내 최다 기능이었는데
퇴물 대접하고 싶진 않은데 오늘 들여다 보니 영 마뜩찮다.
메모리카드에 몇 장 담긴 사진도 있고, 새록새록 옛날기억이 정겹긴 하지만,
피사체에 다가가기만 하면, 무슨 그리기만 하던 님 곁에 간양
흐리멍텅 혼절하고 싶은지.. . 원.. 정신을 못차리는!! 요 한계를 어쩔까. ㅎㅎ
보낼때는 한 일주일 후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아직 도착 전화도 없다. 오매불망으로 기다리고 있구만,
돌아보니 덕분에 혼자서도 잘 노는 시간들을 보냈다.
블로그에서 노는 재미도 그렇고, 렌즈를 통한 세상보기는
새로운 세상읽기처럼 재밌는 일상을 만들어 주었다.
카메라의 무한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는 셈이다. ..
고장은, 갑자기가 아니라 내가 함부로 다루었다거나 그 어떤 이유로,,
나 때문에 생긴 것일거 같고, 좀 막대했나 싶기는 하다..
어쨌거나 내겐 갑자스런 일,,
빨리 원상복구되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사람은 감동과 칭찬으로 산다는 말이 맞는것 같다.
고들빼기만 보면 아주버님 생각나듯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은
내 마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게준 마음이 아닌가 싶다.
내 마음이지만
그사람 마음이기도 한,, 마음,
참 오묘한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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