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들끼리 한 아파트에 사니
먹고 놀자판이 자주 벌어진다.ㅎㅎ
그래도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서 모이는 경우가 많다.
요즘 같은 경우엔 고향 벌초다녀오거나 대소사 다녀오는 길에
먹을 거리들을 준비해오는 바람에,
멀리가지 않고도 바다내음을 맡을 수 있게되고
아우님(내외 없이 형님 아우 하며 지낸다)들을
잘 둔 덕에 맛난 음식들을 수시로 즐긴다..
충무김밥을 잘 만드는 아우님과
물고기 잡는 것을 좋아하는 아우님이 있다.
모이면 만들줄 아는 요리 자랑을 해서,
술자리에서 그럼 내일 당장 그 솜씨 한번 맛보자..
이렇게 해서 우리집에 모이기로 했고, 만들어 온 충무깁밥 부재료다.
어묵과 오징어는 무치고 깍두기를 어슷쓸기 하여 담근 것인데
이 맛깔스런 색감까지 아내 손은 하나도 빌리지 않았다고 한다.
출근을 늦추고 무 사다 절여놓고 출근, 퇴근후 곧장 만들어 온 요리다.
완전 정석으로 배워서
'깍두기는 하루전에 담궈야 하는데' 라며 귀가길에 무를 샀어야 하는데 하더니,
아침에 준비해두고 출근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박장대소했었다.
나는 밥과 김만 준비해 두었고, 아무것도 넣지 않은 맨밥을 김으로 싸서 마무리하니,
휴게소 같은 곳에서 먹어본 것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다. .
속재료 많이 들어간 김밥보다 담백해서 좋았다.
민물매운탕을 준비해 온 아우님은
아내는 친정 갔노라며 역시 백프로 혼자만들어온 요리다..
1박 2일 놀아도 될만큼 많은 양을 준비해와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음식뿐 아니라 냄비까지 기중!하고 갔는데 그 아우님 왈,
집에 이런 냄비가 몇개 더 있다고, 형수님 쓰시라고,,ㅎㅎ
국을 끓이면 한 50명 분은 거뜬히 끓일 수 있는
식당용 냄비가 하나 생겼다.
지난 광복절, 나는 모처럼 초등학교 동창회에 간 상황이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들 우리집에서 놀자는 데.. .."
내가 없는 부엌은 절대로 안돼라며 딱 잘라 거절을 했는데,
작전 변경을 했는지. 잠시후 또 한통의 전화가 왔다.
" 언니, 표 안나게 놀다 갈게요.. "
에고 이를 어쩔까 손끝 야문 아우님 전화를 받고 보니 신뢰감 상승,
거절할수가 없었다. ㅎㅎ
돌아와 놀랐다.
부엌에 낯선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ㅎㅎ
냉장고 속 음식이 조금 남아 있는 것과,
소주 몇병이 는 것을 보고서야 놀다간 줄 알았다.
후일담으로 들어보니, 모두들 먹고나서 남녀 할 것 없이 설겆이 하고
쓰레기 처리하고, 거실바닥까지 밀고, 분담했다고 한다.ㅎㅎㅎ
그 그림 상상만 해도 이쁘고 훈훈했다.
요리하는 남자는 아름답다.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은 만든이에겐 또 다른 맛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 맛에 대한 이야기,
맛난 이야기들까지 함께하는 시간들이 어찌 즐겁지 아니 하겠는가..
맛있는 행복은 먹는 것에만 있지 않다..
'맛있는 행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깍두기 - 가을 무 수확 (0) | 2011.11.20 |
---|---|
동치미를 담그며... (0) | 2011.11.18 |
고들빼기 김치 (0) | 2011.08.21 |
가을무 새순 겉절이 (0) | 2011.08.19 |
영농일지 - 도둑맞고 담장 세우고 (0) | 2011.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