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와 배추씨를 뿌려만 놓고 함께 농사짓는 동지들도 다들 빠쁜 일상이라
작년만큼 애착을 가지지도 관리도 못했다.
그러다가 그럭 저럭 두어달이 지났다.
고맙게도 비님이 자주 찾아주는 바람에 물주러 간 일도 별로 없었다.
하여, 밭에 갈 때마다 공으로 먹는 듯한 기분이다.
배추를 묶어 줄 시기도 놓쳤지만 배추는 알아서 잘 자라고 있다. ㅎㅎ.
약을 한번도 하지 않아서 벌레 먹은 것이 더러 있지만 어쨌거나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갈때마다 그 크기에 놀란다.
예쁜 아름 꽃다발 다발같달까. ㅎㅎ
조선배추와 상추를 늦게 뿌려서 아직까지도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이다.
조선배추는 밭에서 공수해오는 대로 바로 식탁에 올리면
그 신선한 맛이 어느 산해진미에 비할 것이 못된다.
먹어본 사람만 알래나.
잔파로는 파김치를 두어번이나 담아 먹었다..
밭에만 다녀오면 푸성귀가 한 가득이다.
나눠먹기도 좋고,절로 인심 후 해지는 농사다..
무는 씨를 뿌려서 어릴때부터 계속 솎아 먹었는데도
갈때마다 화수분으로 늘어만 가고,
무씨가 하나가 고량에 떨어졌던가 보다.
이랑이 아닌 고랑에 우뚝 저 있는 저 기상이라니..
이랑에서떨어질듯 뿌리내린 씨앗까지 제각각 여축없이 자라났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밭에 깡 마른 수숫대처럼 서 있는 것들은 야콘이다.
올 봄에 야콘 순 20여포기를 얻어서 심은 것이다.
처음 해보는 작물이라,, 언제 수확할 지 몰라 이적지 놔 두었다가 며칠전에 수확 했다.
야콘은 고구마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당뇨에 좋다는 얘기를 들은것같다.
수분량이 많아서 과일 같달까..
즙을 내어 먹기에 좋을듯 하다.
동치미를 담궈본지가 오래 되었지만
밭에서 공수해온 작물이 워낙 많아서 담궈보기로 했다.
굵은 소금을 뿌려서 서너시간 같이 절였다.
씩어서는 그리 오래 물을 받쳐내지 않아도 된다.
여럿이 모인자리에서 먹어야 제격인 동치미
익으면 누구랑 먹을까 생각하니 담는 내도록 신났다.
무
무 배추 수확을 11월 말쯤으로 미뤄놓았다.
무는 한손에 들 만한 것이 가장 야물게 영근때라 동치미 용으로는 딱이다..
배추는 되도록이면 겉잎은 제거하고 속잎이 충실한 것들을 이용하면 좋다.
소금에 너댓시간 절였다.
이것 또한 잘 익었을 때는 얼마나 별미가 되는지.
요즘은 과일도 푸짐하고 동치미 담기 좋은 계절같다.
생강 수확기인지 마트에 가면 정말 싱싱한 생강들을 구할 수 있다.
생강과 마늘 다진것을 베 보자기에 넣어서 정수된 물에 넣어서 몇 번이나 걸러냈다.
국물을 맑게 받으려고 했는데 생강향이 그 어느 때보다 진하고 좋은때다.
항아리에다 담궈 봤다.
숙성되고 나면 냉장고로 옮길 계획인데
상온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숙성되어 가는 것 같다.
화요일 아침에 담궜는데
오늘 아침 들여다 보니 제법 맛이 난다.
하루 이틀만 더 지나면 옮겨야 할 것 같다.
들무새야 별로 없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릴 일만 남았다.
담백한 것들끼리 모여서 순한 맛으로 어우러져야 동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울림' 이란 단어에서는 다정함과 상냥함 타인에 대한 배려가 묻어난다.
배추, 무, 생강, 마늘, 배, 사과, 소금과 물,
그리고 눌림을 당해도 좋을 만큼의 돌의 무게까지 더해
그렇게 어울려서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어떤것도 어울릴줄 알아야 더 아름다워지며 자기만의 그 이상의 맛을 내는 것 같다.
그 맛을 즐길줄 아는 사람, 동치미 같은 사람이고 맛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익으면 맛아는 사람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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