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2011 파이프 오르간 가을 정기 연주회

구름뜰 2011. 10. 17. 20:14

 

 

어제는 대구에 사는 지인언니의 갑작스런 초대를 받았다.

"보고 싶다, 미야, 3시까지 왜관성당으로 와"라는  

한 시간 반 남겨두고 받은 전화라 후다닥 ㅋㅋ

준비해서 네비 찍고 영문도 모른채 성당으로 달려갔었다. ㅎㅎ

 

 

신도가 아니어도

이런 성스러운 자리에 들면

마음에도 잔잔한 기운이 인다.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까지 달라보이는

좋은 기운임에는 틀림없다. .

 

 

3시 10분 쯤 도착했는데

밖엔 사람들이 없었고 대성당에서 음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소리를 따라가듯 2층으로 갔을때,

유리문에 비치는 그림자만 봐도 사람들이 가득 찬 것 같았다.

 

문을 열었을때, 신부님이 서 계셨고 빈자리는 하나도 없었다.

여분의 의자들을 갇다 놓고 앉은 신도도 있고,

어떤 신도는 바닥에 창틀에 자기 편한 자세로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오르간이 우측벽에 있어서 연주자의 옆모습만 들어 왔고, 좌측영상에는

연주자의 손만 보이도록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었다.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파이프오른간 맞은편에 성가대처럼 앉아계셨는데

그렇게 한 자리에서 많은 신부님과 수녀님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제서야 옆에선 사람의 카다로그를 보니,

신부님(도미니쿠스 트라우트너)의 오르간 연주회였다.

 

영문도 모르고 들어가게 된 대성당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

그 낯선 공간에서 천상의 소리 같은 웅장하고 가녀린 소리의 합창을 

벽에 기대서 한 시간 남짓 감상했다.

 

파이프 오르간 윗 건반으로 연주자의 손이 갈 때마다

천상의 소리는 저런 아름다운 음색이지 않을까 싶도록 환상적이었다.

 

 

음악회 뒤 신도들이 차를 즐길 수 있도록 성당 안쪽 잔디밭에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대구에서 차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차 봉사를 하는 자리였는데

잔디위에 준비된 다도들이 정갈하고 이뻐서.

보기만 해도 좋았다.

 

이렇게 좋은 자리

함께 하고 싶어서 부른 자리 고마울 뿐이다.

 

 

 

 

 

선비차 하시는 분들은 처음 뵈었는데

요 좌측 선비님 내게 쑥차를 주셨다.

이른 봄날의 쑥향 그대로 여서 좋았다.

 

 

 

다식도 함께..

 

 

 

 

 

 

선비차 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다들 나이 지긋하시다.

지인 언니도 차를 하시는데

언제나 이러고 노시는 편이라.

자주 만나지 않아도 잘 지낸다는 정감나누는 얘기는 늘 이렇다.

 

"또 그러고 놓고 있지요?"

"그렇지."ㅎㅎ

우리만 통하는 은어다.

 

 

이렇게 이쁜 다식은 먹을수가 없다.

먹으라고 주는 것을

사진만 찍었다.

먹어야 맛일까

좋은건

보기만 해도 좋다.  

 

 

 

평소에 출입금지 구역인데. 

어제는 '이러고 놀도록' ㅎㅎ성당측에서 개방했다고 한다.

 

 

 

 

지인언니와 차를 마시다 눈에 띈 다포의 글귀.

어느 신부님이 쓰셨다는 데. 

어찌 이리 인간적인지.. ㅎㅎ

 

 

햇님만

내님만

보신

다면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살고

싶어라..

 

 

좋아서 보여주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마음

그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주는 못 만나지만 마음속에 있는 사람,

보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 짐작되는 사람

낯선 곳 낯선 사람들 뿐이었지만 좋았다.

 

잠깐 얼굴 보고 돌아와야 했지만,

이 만남이 또 뒷날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되랴.

한 1년 쯤 못 보고 재내도 이러고 나면 또 잘 지낸다.

갈증을 해소 하듯, 사람과 사람도 

보고 싶은 사람은 아주 가끔이지만 보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이러고 놀기도 하고, 

그래야 살맛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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