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했다.
올 배추 농사는 알맞은 크기로 잘 자랐고 적기에 수확을 했다..
작년 첫 농사에선 모종이 늦어서 속이 덜차 아쉬웠는데
올해는 약을 한번도 안쳐서 벌레들이 먼저 잔치를 벌이는 바람에
푸른 겉잎은 다 제거해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직접 지은 농사라 그런지 배추맛이 꿀맛이다.
배추잎에서 고신맛이 나는 것을 양념까지 더해 놓으니 김치맛이 년중 최고다. ㅎㅎㅎ
밥 한 그릇 뚝딱하기 좋은 김장김치 올려 봅니다.
눈요기 맘껏 하시길.. ㅋㅋ
이렇게 신선한 김치!
여럿이 어울려 함께 만들고 함께 먹어야 맛이다.
하여 김장하는 날은 이웃사촌들과의 맛있는 행복시간이 된다.
아파트라서 김장할 때는 언제나 욕조를 빌린다.
전라로 우아하게 누운 배춧잎 색이 곱다.
초록 겉잎이 몇장 되지 않아서 더욱 귀한색으로 보인다.
저녁 다섯시 쯤에 소금에 절였는데 열시쯤 되니 숨이 팍 죽었다.
소금앞에 장사없다.!!
나도 소금같은 사람 되고 싶다. 짬쪼롬하니 제 혼자두어도 평생 상하지 않고
남도 이롭게 하는.. 캬아 순간 든 생각이지만 '소금같은 사람' 기막힌 직유다. ㅎㅎ
밑에것 빼서 위로 자리바꿔서 뒤집어 주었다.
배추가 두껍지 않아서 배추 수분을 그대로 즐길요량으로 살짝만 절이느라고
반잠 포기하고 새벽 두시쯤에 행궈서 채반에 건져놓고 잠들었다.
직접 농사지어서 김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작년 배추 농사 처음 지어보기 전에는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다.
이렇게 큰 배추를 어떻게 전문가도 아니면서 농사지을 생각을 할 수 있었겠는가.
해 보니, 농사는 심어 놓고 하늘의 도움만 조금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ㅎㅎ.
올해는 물한번 제대로 준 적 없으니. 게으른 농부에게도 하늘은 공평하게 비 주시고 바람 주시고 햇볕 주셨다.
우리들이 먹는 수많은 먹을거리들은 흙과 자연의 은혜다.
심어 놓기만 해도 은총을 받는 일 같은 이런 영광은 농사를 지어본 이들은 다 누리는 일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흙에다 대고 자연을 상대로 하는 일엔
우리들이 누리는 것들은 모두 공인 것 같다.
김장은 이웃사촌 손 믿고 하는 일 같다.ㅎㅎ
한사람 손이 얼마나 무서운지
사실 온전히 혼자해야 한다면 무슨 재미 엄두도 못낼 일이다.
하지만 셋이서 하다 보니 후다닥 리듬감 있게 했다.
맛있는 수다와 맛있는 김치.
김장하는 날은 아무래도 정을 나누는 날 같다.
동치미가 잘 익어서 갓 담근 김치와 돼재고기 보쌈을 준비했다.
김치와 돼지고기 보쌈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다.
다른 찬이 필요없다.
무 배추 다 직접 농사지은 것이니 맛이 절로 난다.
매년 한 번이지만 이런 날 이런 맛을 함께 즐기는 기쁨 또한 별미다.
시댁이나 친정에 가서 김장을 해오는 친구들이 많다.
그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내 입맛에 맞게 먹는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내가 만드는 것이 더 편하다.
김장은 하루를 온전히 할애해야 하고,
고달픈 작업이지만 하고 나면 그 뿌듯함 때문에 기꺼운 마음으로 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 손이 무서운 일에
고무장갑이랑 앞치마까지 들고와서 매년 수고해주는 이웃사촌이 있어서 든든하다.
힘든 김장이 그들 덕분에 언제나 맛있는 행복을 나누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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