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수첩 1 >이다.
까뮈는 1935년 부터 죽는 날까지 그 자신 공책이라고 부르던 것에 꾸준히 기록을 남겼다.
지금 준비중인 (알베르 까뮈 노트)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 공책들을 작가수첩이라고 명칭한다.
35년 부터 53년에 이르는 시기의 기록에 한하여 그는 타자 친 사본 한부를 따로 작성해 놓았다.
-모두 일곱 권인 이 공책을 묶어서 장차 세 권의 책으로 발간하려고 한다.
이 책은 그 첫권에 해당하는 1935년 5월 부터 1942년 2월까지의 기록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일기 구실은 하지 못하지만 독자가 <안과 겉>에서 <결혼>과 <시지프 신화>를 거쳐
<이방인>에 이르는 작품들의 창작을 동반했던 성찰들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찾아보기에
충분할 만큼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까뮈 자신의 노트들 외에 독자를 위해 전기적 정보와 앞서 지적한 작품들과의
상관관계를 말해주는 얼마간의 주를 추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알베르 까뮈의 부인, 장 그르니에. 르네 샤르 제씨는 이 책의 발간에 동의했다.
- '편집자의 말' 중에서
<알베르 까뮈 노트>는 작가의 사후 1971년에 출간된 미발표 소설 <행복한 죽음>을 시발로 하여
1994년의 <최초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7권이 발간되었다.
이 책 <작가수첩1>은 까뮈가 스물두살때 적어둔 노트에서 발췌한 기록물이다.
작품의 모티브로 엿보이는 기록들과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어떤 문장은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 같기도 한 그런 기록도 있다..
감수성 예민한 한 철학도가 작가로 탈바꿈해가는 과정,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었을 것이므로 더 꾸밈없다.
더러는 왜 이렇게 쓰셨을까 해독을 요하는 문장들도 있다.
어떤 문장은 매우 시적이고,
깊이가 있어서 이해가 쉽지 않지만
두번 읽고 세번 읽어서 와닿는 것들만 골라서 올려본다.
젊었을 때 나는 사람들이 그들이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했다.
지속적인 우정. 끊임없는 감동 같은.
이제 나는 그들에게 그들이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적은 것을 요구할 줄 안다.
그냥 말없이 같이 있어주는 것 같은.
그러면 그들의 감정, 우정, 고상한 행동들이 내 눈에 그 본래의 기적적인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하는 것이다. 모자람 없는 은총의 실현. P24
인간들이 고통스러워하는가 자문해서 무엇 하리. 중요한 것은 인간적이 되는 것,
단순해지는 것이라고 나는 말할 수 있고 또 잠시 후에 말하리라.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진실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거기에 쓰여진다.
인간성도, 진실도 그런데 내가 곧 이 세계일 때보다도 내가 더 진정하고 더 투명해지는 때란 언제일까? P27
교양이란 것이 사람의 가장 내밀한 감각, 즉 영원에 대한 감각의 훈련이라고 정의한다면
사람은 자신의 교양을 위하여 여행하는 것이다.
쾌락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P32
내가 인간들에 대하여 글을 쓰고자 한다면 어찌 풍경에 대하여 무관심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하늘과 햇빛이 내 마음을 끈다고 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과 목소리를 잊을 것인가?
매번 사람들은 내게 어떤 우정의 한 요소, 어떤 감동의 한 토막을 줄 뿐 결코 감동 그 자체,
우정 그 자체를 주지는 않는다.P34
내면 속에서 느끼는 이 슬픔 속에서조차도
사랑하고 싶은 욕망은 얼마나 강렬한가.
저녁 공기 속에서조차 산 언덕을 바라보기만 해도 얼마나 큰 도취감에 젖는가?P45
시간을 허송하지 말 것, 고독 속에서 극단적인 경험을 구할 것.
자기 극복으로 유희를 정화할 것-자기 극복이 부조리한 것임을 알면서..
"내게 가장 큰 고통을 준 것은 일반적인 생각들이야." p47
자신의 절망을 확신한다면 마치 희망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지성인? 그렇다 그리고 절대로 부정하지 말 것.
지성인 - 이중의 존재가 되는 것. 그게 내 맘에 든다.
나는 둘이 된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그것이 하나로 합해질 수 있다면?"p49
사람들은 항상 인간 자체보다는
그 인간에 대하여 품고 있는 관념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그 암암리 방식이 이 글 전체를 정당화해주는 것이라 믿고 싶다.P57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관심을 버리는 것이다.
예술에 있어서의 어떤 종류의 포기, 다시 쓰기. 어떤 종류의 것이건 일정한 수확을 가져다 주는 노력,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나태의 문제 P58
철학은 철학자의 됨됨이에 달렸다. 인간이 위대하면 위대할수록 철학은 더욱 진실한 법이다.P59
지드는 욕망의 억제 그 자체에 짜릿한 쾌감이 있다고 생각한다.P64
살고 그리고 창조해야 한다. 눈물이 나도록 살아야 한다. P78
사물들과 존재들이 나를 기다린다. 아마도 나 또한 내 모든 힘과 내 모든 슬픔을 다하여
그들을 기다리고 욕망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나는 여기서 너무나 많은 침묵과
비밀로써 삶을 획득한다. 자신에 대하여 말하지 않아도 되는 기적.P81
내가 아는 단 한 가지 의무는 바로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다 -
인생은 해와 함께 떠올라 해와 함께 져가는 것.P84
한 인간에게는 훨씬 더 큰 힘이 내재해 있다. 그 힘은 꼭 필요한 때만 나타난다.
궁극에까지 간다는 것은 자신의 비밀을 간직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나는 고독함 때문에 괴로워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비밀을 간직했기 때문에 고독함의 괴로움을 극복했다.
그리하여 지금 나는 남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 더 큰 영광을 알지 못한다.
글을 쓴다는 것. 나의 심오한 기쁨! 세계와 쾌락에게 동의할 것.
-절망 속에서의 어떤 지속은 결국 기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P90
남이 나에게 주는 사랑 때문에 내가 무엇이든 강요받을 순 없어요.P97
다시 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더 빨리 두각을 나타내고 싶어서 인 것이다.
못된 버릇이다. 다시 시작할 것. P102
오직 내 속에서 어둡고 뜨겁게 타오르는 이 불꽃을 느끼는 한, 그 불꽃이 바로 나, 살아 있는 나거든요.
-내가 불타오를 수 있게 허락해준 삶에 다시 감사하면서.P110
규정하는 자는 운명을 알지 못한다.p116
유희의 감각을 지닌 사람은 항상 여자들과 어울릴 때 행복감을 느낀다.
여자들은 휼륭한 관중인 것이다.P119
중요한 것은 우선 침묵하는 것- 관중을 제거해버리는 것. 그리고 자신을 판단하는 것이다.
주의 깊은 육체적 훈련을 주의 깊은 삶의 의식과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
일체의 우쭐해하는 태도를 버리고 돈에 대한, 자신의 허영과 비겁함에 대한
이중의 해방 작업에 노력할 것. 질서있게 살 것. P124
어떤 생각에 있어서 내 관심을 끄는 것은 거기에 담긴 신랄하고 독창적인 것
- 새롭고 피상적인 것.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P126
같은 것에 대해서도 아침이냐 저녁이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녁의 생각속에, 아니면 정오의 정신속에?
두 가지 대답 두가지 종류의 인간들.P127
이 세계에 대해서 요구하는 것이 실제로는 사랑인데
자기는 진실을 열망한다고 믿게 하고 또 자신도 그렇게 믿으려 하는 인간의 기이한 허영.P135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항상 표현의 약간 저 '안쪽'에(저 '너머'에 보다는) 있어야 한다.
어쨌든 수다스러운 것은 안된다. 고독의 '실재적'인 경험은 세상에서 가장 비문학적인 것 중의 하나다.P137
그 삶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남들이 그걸 내게서 빼앗아 가려 하기 때문이죠
-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것은 바로 그걸 잃어버릴까 봐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죠. P143
우리는 우리를 변화시키는 감정이 아니라 우리에게 변하의 개념을 암시해주는 감정을 느낀다.
이리하여 사랑은 우리 마음속에서 에고이즘을 씻어내는 것이 아니라
에고이즘을 느끼게 하고 그 에고이즘이 끼어들 자리가 없는
어떤 머나먼 고장에 대한 생각을 불어 넣어준다.P145
진정한 예술 작품, 진정한 예술 작품은 가장 말이 적은 작품이다. 한 예술가의 총체적 경험,
그의 생각 + 삶(어느 의미에서 그이 체계- 그 낱말이 내호가게 되는 체계적인 면은 빼고)과
그 형혐을 반영하는 작품 사이에는 일정한 간계가 있다.
- 예술 작품이 경험 속에서 다듬어낸 어떤 몫, 내적인 광채가 제한되지 않은 채 요약되는
다이아몬드의 면 같은 것일 때 그 관계는 좋은 것이다.
- 중요한 것은 글 쓰는 기술을 초월하는, 그 사는 지혜(아니 이미 산 지혜)를 획득하는 일이다.
결국 위대한 예술가는 크게 사는 사람이다.(여기서 산다고 하는 것은 삶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 또한 의미한다.P147
사랑으로 가득한 어떤 삶, 어떤 삶의 창조가 사랑이라면, 순수한 사랑이란 죽은 사람이다.
-사고란 항상 앞서 나가는 것이다.
사고는 너무 멀리, 현재 속에 있는 육체보다도 더 멀리 본다.
희망을 제거한다는 것은 곧 사고를 육체로 되돌아오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육체란 것은 반드시 썩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P148
P155 한 사람의 일생에는 적은 수의 큰 감정들과 많은 수의 자질구레한 감정들이 있는 법이다. 선택을 한다면 : 두 가지 삶과 두가지 문학,
-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두개의 괴물이다.
현실과 정대면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고귀한 마음을 가진자의 특권이다.P168
".......기쁨 속으로 왔다가 그 다음날에 다시 떠나고
- 그러니 절망이 기쁨 바로 곁에 있는 거지! 그 이틀을 향해 생각을 돌려보지.
그 날들은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눈물에 뒤덮여 있으니."P169
어떤 풍경이 위대하지는 못해도 멋진 것일 수는 있다. 아무것도 아닌 그 무엇의 결여로 위대한 풍경이 못 될 수도 있다. P172
징집
장남이 군대에 간다. 그는 어머니 앞에 앉아서 말한다:"별일 없을 거예요" 어머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신문을 집어서 둘로 접고, 또 넷으로 접고, 또 여덟으로 접는다.P175
예술가를 만드는 것은 말이죠, 그건 바로 그가 한 인간 이상이라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들이랍니다."P 183
모든 것의 단초에는 사랑이 있다.PP 189
숙명이란 단 한 가지 밖에 없으니 그런 바로 죽음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 충분히. 많이, 오랫동안 원하기만 한다면
심지어 전쟁까지도 멈출 수 있고 평화를 유지할 수도 있다.P 198
P 201 첫째로 중요한 것은 자기를 통제할 줄 아는 것이다.
"당신의 잘못은 인간이 무슨 일인가를 하기 위하여 이 땅에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점이오.
"-오직 위대한 사상만이 이런 모순된 풍요를 가능하게 해준다. p 211
P212 두려움에 바탕을 둔 존경심보다 더 비참한 것은 없다.
"인간들은 나의 동류가 아니다. 그들은 나를 쳐다보고 나를 단죄하는 자들이다.
나의 동류는 바로 나를 사랑하고, 나를 쳐다보지 않으며, 모든 것을 거슬러 나를 사랑하고,
타락과 맞서서, 저속함과 맞서서, 배반과 맞서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나를 사랑하는 한 자살까지도 포함해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다."P 213
만약 당신이 고독에서 최대한의 것을 얻어낼 줄 안다면 고독에 대하여 그렇게 많은 글을 쓰지 않을 겁니다.P244
"그 무엇을 주어도 그의 마음에 차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대권을 주어도 모자란다 할 것이다.
그러하니 그를 죽이자, 그 다음에 그를 찬양하자"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P249
P250 론 강, 손 강, 두 강의 흐름을 따라가본다. 한쪽은 튀어 오르고 다른 한쪽은 망설이다가 결국 저쪽 강과 합류하여 그 세찬 흐름 속으로 사라진다. 두 인간이 그 강들을 따라 내려간다. 평행관계
무엇에 의하여 마음은 스스로를 통제하는가? 사랑하는 것? 전혀 그렇다고 장담할 수 없다.
우리는 사랑의 고통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여기서는 박탈이며 후회며 빈손이다. 나는 충동을 얻지 못할 것이다.
내겐 고통이 남았다.
모든 것이 천국을 전제로 하는 지옥, 그래도 여전히 지옥은 지옥,
나를 텅 비워놓는 것을 나는 삶과 사랑이라고 부른다.
출발, 구속, 단절 나의 내면에 흩어져 있는 빛 없는 이 마음, 눈물과 사랑의 짠맛,P263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두 가지가 싸운다. 그러나 이기는 것은 언제나 몸이다.P265
좋지 못한 작가란 바로 독자로서는 알 수가 없는 마음속의 어떤 맥락을
참작해 가면서 글을 쓰는 작가다. 글을 쓸 때는 둘이어야 한다.
즉 여기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를 통제할 줄 아는 일인 것이다.P 269
"정치는 절대로 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괴테)P 277
"세상은 고독한 사람을 적으로 간주한다."p 279
어떤 순간이 되면 사랑의 감동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된다.
남는 오직 비극적인 것뿐, 누군가를, 그 무엇을 위하여 산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 무엇인가를 위하여 죽는다는 '생각'에서밖에는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P282
마르쿠스 아우엘리우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에서라면 어디서건 잘 살 수 있다."
"계획한 어떤 일을 가로막는 것이 일 그 자체가 된다."
길을 막는 것이 길을 만들게 한다.P 288
'신적자 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적는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얘기다."ㅎㅎ
기록물의 위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까뮈도 자신의 기록물이 이런식으로 활용되리란걸 꿈엔들 생각했을까.
놀라운 지성, 읽고 생각하고 또 쓰는 일.
깜냥껏인지라 부끄럽지만 그래도 소홀할 수 없는 일 아닐까.
즐감하셨나요.
어려운 문장은 읽고 또 읽다보면 어느 순간 맛이 나기 시작하지요.
그런 맛 한 번 보고 나면 은근 또 그 맛보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그렇게 나를 자극하는 것들을 접해가다 보면
어느순간 내가 중독되었나 싶도록 좋아지지요.
씹을수록 고소한 깨소금 맛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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