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나는 우리 삶을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되는 21개의 봉우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각 봉우리에서 마다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한 삶에 대한 새로운 전망,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내뿜는 다양한 전망들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모든 봉우리마다 머물고 있는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들이
여러분의 산행을 도와줄테니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모든 봉우리를 다 좋아할 수는 없으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도 않다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은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두 봉우리만을 확인하더라도 큰 수확이 될 겁니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은
21명의 철학자(서양 철학자 20명) 21명의 우리나라 시인들을
짝지어서 그의 철학과 그의 시가 어떻게 맥락이 닿아 있는지
풀어가는 과정이다.
일상적 삶은 '느낌'에서 '사실'로,
'위험'에서 '안전'으로의 끊임없는 이행이다.
예술이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라면,
예술은 일상적인 삷과는 반대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다.
즉 사실에서 느낌으로, 안전에서 위험으로.
이성복..
-이성복의 생각이 타당하다면
예술은 사실과 안전으로 상징되는 친숙한 세계를 뒤흔들어 느낌과 위험으로
가득 찬 낯선 세계가 도래하는 길을 여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한 시인이 자신의 시로써 독자들의 친숙한 내면을 와해시키지 못한다면,
그는 겉만 시인일 뿐 진정한 시인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이든 간에 인문학적 성찰이란
일상적 세계를 동요시키고 낯선 세계를 도래시키는 힘을 가졌습니다.
에필로그 01 중에서
시집이나 철학책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시에는 주관적이고 낯선 이미지들이, 그리고 철학책에는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 용어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시인과 철학자가 친숙한 세계가 아닌 원초적이고
낯선 세계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입니다.
낯선 세계도 낯선 표현 방식을 통해 더욱 잘 드러날 수 있습니다.
친숙한 삶에 '느낌'과 '위험'으로 충만한 낯선 세계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시와 철학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지요.
-새로운 말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말을 강제했던 시인의 낯선 감각도 공감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시인의 생경한 표현에 충분히 적응하면 놀라운 변화가 찾아옵니다.
과거와는 다른 느낌으로 세계를 보고, 그에 따라 삶을 새롭게 영위하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새로운 느낌을 기존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것을 억지로 표현하려고 시도할 때.
더듬거리는 말처럼 우리가 입속말로 웅얼거리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프롤로그 02 중에서
인간의 뇌와 관련한 최신의 심리학적 연구는 매우 중요합니다.
과거에 생각하지 못햇던 인간 내면에 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지요.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인간의 뇌가 가장 심층에 있는
오래된 뇌old brean', 중간 부분에 있는 '중간 뇌 middle brean',
가장 겉에 있는 '새로운 뇌 new brean',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오래된 뇌가 말 그대로 가장 오래된 것이라면,
새로운 뇌는 가장 최근에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뇌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측정하는 f-MRI 기법은
'오래된 뇌'가 행동의 결정을 담당하고,
'중간 뇌'가 정서와 관련된 기능을 맡는다면,
'새로운 뇌'는 합리적인 사유를 담당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심리학적 통찰을 통해 우리는 다음의 사실 하나를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합리적 사유를 갖더라도
인간의 삶이 그렇게 쉽게 변화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의 오랜 흔적을 담고 있는 정서적 장벽을 뚫고
가장 오래된 뇌에까지 이르러서야 비로소
우리의 새로운 사유 혹은 판단이 행동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오래 된 뇌가 행동을 결정하고,
중간 뇌가 정서를 결정하고
새로운 뇌가 합리적 사유를 결정한다고.
"사람이 변하니? 안 변해!" 종종 듣고, 하게 되고, 보게 되는 경우지요.
어떤 충격이나 상황이 있었더라도 관성처럼 제모습을 돌아가 있는 ..
인간의 뇌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 놀랍지요.
합리적으로 사유하고 감성에 자극을 받더라도
행동으로 옳겨지기 쉽지 않았던 이유가 오래된 뇌 덕분인셈이네요.
오래된 뇌.. 그것은 그 사람 모두를 담고 있겠지요.
그것이 행동을 결정한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만약에 새로운 뇌가 행동을 결정한다면
상상만해도 우리 삶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역설적으로 어떤 사람의 행동이 변했다면
그의 모든 것은 다 변화되었다고 봐도 될까요.
또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요.
결국 그 사람이 바뀔수 있는 건 그 사람 의지의 문제라고..
시와 철학은 인문학의 양극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와 철학은 모두 이성복의 말처럼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해"
친숙한 세계를 낯설게 하는 인문학의 본령에 충실한 것들입니다.
앞서 말한 뇌과학의 현대 이론이 타당하다면 시는 정서와,
철학은 사유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시와 철학에도 두 종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한편으로 독자들의 기존 정서와 사유를 거스르지 않는 시와 철학이 있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독자들의 정서와 사유에 충격 혹은 자극을 주는
다른 뷰류의 시와 철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진정한 시인과 철학자는 후자의 길을 가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겁니다.
새로운 실천, 새로운 삶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유와 새로운 정서가 불가피한 법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인문학이 시와 철학의 힘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새로운 정서와 새로운 사유!
친숙한 세계 낯설게 하기가 인문학의 본령이니
어찌 쉬울까.. 단명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쥐어짤 역량이 있다면 누군들 싫다하리.
하기사 그것도 의지의 문제이고 보면,
유구무언이다.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쉽게 간과되어 왔떤 시의 힘이라고 봅니다.
새로운 철학적 사유가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정서의 형성이 우선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이책에서 나는 현대 철학자 21명과 시인 21명을 함께 짝지어 놓았습니다.
이들 쌍은 우리에게 삶에 도움이 되는,
정서적이면서도 동시에 지적인 자극과 충격을 함께 제공해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에필로그 03 - 중에서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의 인상은
제호가 근사 하다 정도였다.
표지위에 외래어와 한글이 뒤섞인 듯한
글자와 그림이 섞여 있어서 색감으로만 디자인으로만 봤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덮어두기를 몇 번,,
무심코 표지에 눈이 가면서 들어오기 시작한 활자들
네그리, 박노해, 비트겐슈타인, 기형도.....책에 실린 순서대로
읽은 만큼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글자를 읽기 시작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마치 문리가 트이기 전에는 낫을 보고도 ㄱ자로 인식못하다가,
트이고 나면 저절로 읽게 것 처럼,
그리고는 표지를 보면서
이사람 이사람 하면서 보는 재미까지.
다시 오르고 싶은 산이 있고,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산이나 책은 모두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줄 뿐 아니라,
너무 친숙해서 되돌아보지 못한
우리 삶을 조망하기에 적당한 거리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에게 연인과도 같은 시인 혹은 철학자가 한 명 생겨날 수있길 기원합니다.
2010년 1월 강신주..
산이 좋아서
책도, 책이 좋아서
그 봉우리에서 보이는 전경이 좋아서
아니 오를수 없는 것이라는 저자의 안내다.
그리고 마지막 당부는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내려오기 위함이라는 것
그 올랐던 경험이 지적인 쾌감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고 관조하는데 도움이 되어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긴 여정의 하나일 뿐이라고..
'들어가는 글'과 ' 에필로그'만 봐도
혼자보기 아까워서 올려봅니다ㅏ.
작가말처럼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건 행복이지요.
그런 행복 느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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