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절대강자 - 이외수

구름뜰 2012. 3. 12. 11:09

 

  

 

외모만 본다면 비호감 1호라 할만한,

하지만 작가로서 당신은 호감순위 0순위 지존이시니,

보이는 것 너머의 이면까지 볼 수 있도록 독자를 끌어주시니

가히 글의 힘은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이 글을 보실 확률이 얼마정도 될지는 모르지만

주관적인 평가다. ^^

 

 

 

 

정기휴가 나오는 아들놈 마중을 구미역도 아닌 동대구역까지 나가게 되었다.

 

  만남과 이별,

 설렘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공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내게로 오고 있는 그를 향해서 나도 그에게로 가고 있는 것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해서 매점 가판대 책꽂이에서 얼쩡거리다 눈에 띈 책.

과제물처럼 읽어야 할 책이 순서를 기다리는데도 역사에서 붙들린 후로

어젯밤 오늘 아침까지 쭈욱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유쾌 상쾌 통쾌하게 읽히는 것들이라 쉽지만 한 번 보고 꽂아둘 수는 없는,

잠언처럼 짜투리시간에 펴보기 좋은 책이다.

이전의 '하악하악' '아불류 시불류' 같은 선생님 사유의 산물이다.

혼자보기 아까운 반짝이는 문장들 올려봅니다.

즐감하시길..

 

 

 

 

1장 뇌에서 마음까지의 거리가 가장 멀다.

 

머리로는 사랑을 할 수가 없다.

옥수수를 보고 밥솥에 찔 생각을 하면 이성 중심의 인간에 가깝고

옥수수를 보고 하모니카를 떠올리면 감성 중심의 인간에 가깝습니다.

 

저는 감성이 녹슬어 있다는 사실이

그다지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온 사람 중의 하납니다.

그런데 지식인들 중에는 간혹 무감성을 지성의 궁극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분들에게는 과연 사랑이 언어로 설명될 수 있을까요.

 

엄마가 그냥 섬에 굴 따러 가면 산문이 되고,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시가 된다.

 

갈증과 결핍

외로우신가요. 시를 가까이하십시요.

그대 가슴 안에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피어 있어야 벌나비도 많이 찾아오는 법입니다.

 

진정한 사랑

기다리는 일이 사랑하는 일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랑을 어찌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으랴.

 

 

 

 

꽃나무도 살갗이 터지는 아픔을 겪고 나서야 꽃망울 하나를 움틔운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꽃 한 송이는 아름다운 아픔 한 송이이다.

 

너희도 외롭구나

어떨 때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들이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움직이지도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식물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2장 육안과 뇌안을 감고 심안과 영안을 떠라

 

밤이 깊었습니다. 빗소리 듣고 계시는지요.

이런 말 하면 낭만이 밥을 먹여주느냐고 묻는 분들이 더러 계시지요.

그분들의 인생에서는 오직 밥만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낭만의 가치를 모르면 인생의 가치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대는 어떠신가요.

 

 

 

 

태양은 임자가 없다.

태양에 임자가 있나요. 가슴에 품는 사람이 임자지요.

태양도 사랑도 희망도 그대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대가 바로 우주의 중심이며 주인입니다.

 

사랑의 가능성

지갑이 빈곤하더라도 감성이 통하면 사랑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지갑이 두둑하더라도 감성이 통하지 않으면 사랑의 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감성이 부족하신 분들의 특성 - 육체와 물질에 지나치게 천착합니다

이말은 물질에 지나치게 천착하면 감성이 고갈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감성이 고갈되면 정신과 영혼도 황폐해지기 마련입니다.

 

 

3장 입은 삐툴어져도 말은 바로 합시다.

 

인생 살다 보면 아무 이유도 없이 울컥 울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대개 이럴 때는 곁에 아무도 없다.

 

학교에서 문학작품을 감상도 하기 전에 분석부터 하면서 읽도록 가르치는 일은 결과적으로

음식을 최대한 맛대가리 없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과 같습니다.

음식을 만든 요리사로는 좋아할 까닭이 없지요.

 

 

 

 

4장 마른 가슴에 물 주기

 

사랑은 미각을 바꿉니다.

 

무엇이 만 생명을 주관하는가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아름답지 않은 것을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어디가 아름다우신가요.

외형적인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는 사랑은 육체적이며 본능에 가깝고

내면적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사랑은 정신적이며 본성적이 사랑에 가깝습니다.

 

길가다 옷자락을 스쳐도 인연이라 하였으니,

살다가 꿈자락을 스쳤다면 사랑인줄 아소서.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 하여도 꿈도 없는 사랑을 어찌 사랑이라 하겠습니까.

 

 

쓰는 사람 읽는 사람

글을 걷는 사람의 노고와 길을 만든 사람의 노고는 절대로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항상 길을 만든 사람보다 길을 걷는 사람이 더 많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습니다.

여기에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을 대입시켜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바다에 가고 싶지 않으십니까.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강과 숲들을 보라.

그것들은 자신의 가슴 안에 많은 목숨들을 키운다.

사람 중에서도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강과 숲들처럼

자기의 가슴 안에 많은 목숨들을 키우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는 그 준재들을 시인이라고 부른다.

 

 

 

 

6장 배만 채우지 말고 뇌도 채웁시다.

 

기다림이 다해서 꽃으로 피어납니다.

 

나이먹기

나무들은 무슨 재주로 한 자리에 붙박여 저토록 의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향기로운 열매를 맺으면서, 생각할수록 쪽팔립니다.

 

 

7장 엉덩이로 버티기

 

우리는 지구에서 하나의 달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감성의 차이 때문에,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 내가 보고 있는 달이,

같은 달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8장 먼길을 가려거든 발이 편한 신발부터 장만하라

 

식견보다는 감동을

제 눈에는 예술에 대해 많은 식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는

예술에 대해 많은 감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훤씬 거룩해 보입니다.

 

글의 생사 여부

내 짐작이지만 '멋이 있다'라는 말은 '무엇이 있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지 않았을까.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무엇, 말이나 글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매력과 운치와 격조를 갖춘 그 무엇.

 

 

세상이 아무리 흐리더라도 언제나 마음 안에 휘영청 보름달 하나 띄워놓고 살아가기

 

 

잘지내시나요

오늘도 먼 하늘 끝에 시 한 줄을 적어 그대 안부를 묻습니다.

 

 

 

9장 머리 닿는 부분이 하늘이고 발 닿는 부분이 땅입니다.

 

그대 오시는 날이 봄 오시는 날이라고,

겨우내 노래하듯 말했지만,

오늘 그대는 오시지 않고,

마당 가득 봄 햇살만 눈부시구나.

 

봄이다.

창문을 연다

방바닥에 깔려 있는 평행사변형의 햇빛 한 장.

 

잘먹고 잘 살기

모른지기 인간이라면,

재산이 없다는 사실보다 철학이 없다는 사실을 훨신 더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비록 철학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더라도.

 

 

육신이 못 가는 길은 있어도 의식이 못 가는 길은 없으니.

그대 있는 곳이 우주 바깥 어디라 하더라도 결코 내 그리움까지 가로막지는 못하리.

 

하늘의 사랑법

그 높은 하늘도 뭇 생명들에게 비를 내려주고자 할 때는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 땅에게로 가까이 내려앉는 법입니다.

이것이 하늘의 사랑법입니다.

 

 

 

 

책없는 인생

밥을 자주 굶으면 육신이 허약해지고 책을 자주 굶으면 정신이 허약해진다고 말했더니.

육신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쌀을 사야 하고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책을 사야 하는데

지갑이 허약해서 이대로 사는 수밖에 없다고 하시네요. 나무관세음보살.

 

책을 안 읽었다는 사실을 무슨 자랑처럼 떠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제 책을 모두 독파해야만 골수독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 한 줄의 글을 읽으셨더라도 제 마음의 뿌리를 선명하게 들여다보셨다면

골수독자를 자처하실 만합니다.

날이 새면 기쁜 일만 그대에게.

 

 

 

 

10장 마음에서 마음으로

 

그대 사랑의 진리가 되게 하라.

그대 사랑 역시 진리가 되지 못하면

언젠가는 꺼져버릴 위험이 있나니.

 

그대는 솔로

태어나 50년 정도만 살아보면 결혼 유뮤와 상관없이 이 세상 모든 인간이

표면적으로는 커플이라도 내면적으로는 솔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술은 공식이 없다.

예술은 수학이 아니다. 공식도 없고 정답도 없다.

예술은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예술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진정한 예술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이며,

머리보다는 가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오천 년을 제 모습 온전히 지켜온 이 나라의 유물들처럼

험난하고 어두운 세상을 굳세게 견디면서 살아가는 그대,

절대강자여. 사랑합니다. 내내 강녕하소서.

 

 

 

마지막 페이지 문장이다.

'하악하악'의 정태련 그림과 이외수 글의 신작 에세이다.

초판이 작년 11월 30일 나왔고 한 숨 돌리는 중인지 3쇄(12월 25일)다.

 

 

 

 

 

책 첫 장엔 이런 문장이 있다.

절망아, 내가 죽기 전에는 절대로 너한데 진 거 아니거든

"살아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대는 절대강자다" 이 책의 메세지다.

 

살아있으니 죽음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오면 이미 우리는 존재하지 않으니

죽음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가.

 

내 주변에 절대강자들이시여!

즐감하셨나요?

  살아있으니 소중합니다.

당신의 존재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십시요. 날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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