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즐거운 웃음판...

구름뜰 2012. 4. 11. 18:25

 

 

몸살나면 방에서 CT도 찍고 MRI도 찍는다던 누워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본다던....,

내가 그 짝이 났다.

머리는 내것이 아닌것 같고, 호흡도 코만으로는 힘들고,

입으로 들어오는 들숨이 콧구멍속으로 드는 숨에 비해 

얼마나 센지 입안이 자꾸마른다.

숨소리가 이상한 신음소리가 되고,이래저래 입을 빌리기도 하고,

아니 빌리기도 하면서 호흡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때지나면 낫겠지만, 몸이 아프다는 것은 몸의 자유를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마음의 자유를 구속당하는 것 같다.

아프지 않고 지내면  좋겠지만 어디 그런가.

아플만큼 아파야 낫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픈 만큼의 성숙을 담보로 한다면 마음도 실컷 앓고 싶다.  

 

 

 

 

의식하는 순간 장애처럼 느껴지는 일이 어디 호흡뿐일까.

 

투표일이라 도리는 해야겠고 집을 나서다 이틀만에 아파트 입구가 이렇게 환해진 것에 놀랐다.

창밖 내다볼 기운도 없었으니, 세상이 꽃잔치가 벌어진 줄을 몰랐는데. 

며 날며 보았을 남편도 어찌 그리 무심한지. 

꽃소식 전하면 카메라 들고 나갈줄 알고 말하지 않은건지...^^

 

서정주님의 시 상리과원(上里果園)

꽃이 핀 과원 풍경을 예찬한 시와 잘 어울리는 사진이다.

 

 

 

 

꽃밭은 그 향기만으로 볼진대 한강수나 낙동강 상류와도 같은 융륭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 낱낱의 얼굴들로 볼진대 우리 조카딸년이들이나 그 조카딸년들의 친구들의 웃음판과도 같은 굉장히 즐거운 웃음판이다.

 

 

 

 

 

 

 

세상에 이렇게도 타고난 기쁨을 찬란히 터뜨리는 몸뚱이들이 또 어디 있는가. 더구나 서양에서 건너온 배나무의 어던 것들은 머리가 가슴패기뿐만이 아니라 배와 허리와 다리 발꿈치에까지 이쁜 꽁숭어리들을 달았다. 맷새, 참새, 때까지, 꾀꾀리, 꾀꼬리 새끼들이 조석으로 이 많은 기쁨을 대신 읊조리고, 수십만 마리의 꿀벌들이 온종일 북 치고 소고 치고 맞이궂 울리는 소리를 허고, 그래도 모자라는 놈은 더러 그 속에 묻혀 자기도 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묻혀서 누워있는 못물과 같이 저 아래 저것들을 비취고 누워서 때로 가냘프게도 떨어져 내리는 저 어린것들의 꽃 잎사귀들을 우리 몸 위에 받아서라도 볼 것인가. 아니면 머언 산들과 나란히 마조서서, 이것들의 아침의 유두분면과, 한낮의 춤과, 황혼의 어둠속에 이것들이 잦아들어 올아오는 아스라한 침잠이나 지킬 것인가.

 

 

 

 

하여간 이 하나도 서러울 것 없는 것들 옆에서, 또 이것들을 서러워하는 미물하나도 없는 곳에서, 우리는 섣불리 우리어린 것들에게 서름 같은 걸 가르치지 말 일이다. 저것들을 축복하는 때까치의 어느 것, 비비새의 어느 것, 벌 나비의 어느 것, 또는 저것들의 꽃봉오리와 꽃숭어리의 어느 것에 대해 우리가 항용 나즉이 서로 주고 받는 슬픔이란 것이 깃들이어 있단 말인가.

 

 

 

 

이것들의 초밤에의 완전 귀소가 끝난 뒤, 어둠이 우리와 우리 어린것들과 산과 냇물을 까마득히 덮을 때가 되거든 우리는 차라리 우리 어린것들에게 제일 가까운 곳의 별을 가리켜 보일 일이요. 제일 오랜 종소리를 들려줄 일이다.

-서정주

 

 

 

 

내 집 앞이었음에도 이틀만에  낯설게 보였던 것처럼, 세상이 꽃밭으로 변하더라도

건강하지 못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될수도 있다.

봄은 하루 하루가 놀라운 빛이다.

개나리의 도열이 장관이고 순백의 신부 드레스 같은 목련도 예술이다.

저것들이 일제히 일어나는 이 봄날에 어찌 누워서 지내야 쓸까.

제 모습 제 본성을 감추지 못하는 것들이 사랑스럽다. 

 

꽃그늘 아래서면 설렌다.  

꽃을 좋아하는 건 꽃이 온 몸으로 자신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아닐까.

대체로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자신의 진정을 드러내는 것들은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드러냄, 이 봄 꽃들에게서 숨길수 없는 아름다운 숙명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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