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결혼하면 사랑일까

구름뜰 2012. 4. 19. 22:06

 

 

 

 

4월 6일에 나온 따끈한 신간이다.

'불륜이 결혼을 망치는 게 아니라'

'끝난 결혼'이 불륜을 낳는다.'는 부제가 붙어있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두 종류의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단 한 번 사랑에 빠져 그 사람과 결혼하고 이후에는 단 한 차레도

불륜에 휘말리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인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이런 저런 방식으로 나름대로 한 사람에게서 충분히 욕구가 채워졌거나

아니면 삶이나 가치의 인습에 얽매여 있는 사람이다.

후자가 훤신 더 흔하다.

그러므로 정조를 지켰다고 자긍심을 느끼거나 아내나 남편이 정조를 지킨 것에서

기쁨을 얻더라도 그런 자긍심이나 기쁨에 현실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단지 운이 좋았거나, 나쁘게 보면 소심한 사람일 뿐이다.

 

부정을 저지른 아내는 단정치 못한 여자라거나

부정을 저지른 남편은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것은 너무 순진한 태도이다.

또 이런 문제를 직접 목격했거나 이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결코 불륜을 가벼이 다루지 않을 것이다.

 

불륜은 진지하다.

불륜관게를 맺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영향력의 강도로 볼 때

대부분의 결혼보다 훨씬 진지하다.

대부분의 결혼은 비록 성스럽고 거룩한 기운에 둘러싸인 제도이지만,

때로는 그저 겉치레이고 시시하며 밋밋하고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런 결혼 제도를 중요하다고 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없고,

반면에 진지한 불륜이라면 이에 긍정적인 의미가 없다고 할만한 타앙한 이유도 없다.

우리는 이 두 관계의 감정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 감정은 행복과 불행을 이루는 기본 토대와 관계가 있다.

-불륜에 대한 이해 중에서

 

 

 

저자 리차드 테일러는 미국의 철학자이고 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형이상학 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했으며 덕 윤리를 열렬히 옹호했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불륜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부제를 달았지만 거의 윤리서적에 가깝다.

 

 

 

사랑은 연극 무대 위나 소설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세계 속에도 있다. 사랑은 삶에 대한 사랑에 버금갈 정도로 강렬하고 힘찬 동기로 젊은이들에게 힘과 생각의 절반을 내놓으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또 사랑은 인간이 모든 노력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되며, 가장 중요한 일에 역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매 시간 가장 진지한 일을 할때도 훼방을 놓는다. 때로는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에게도 일시적으로 당혹감을 안겨주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치가의 협상 탁자나 학자의 연구실에도 불쑥 끼어들어 방해한다. 각료의 서류 가방이나 철학자의 논문 사이에 연애편지와 머리카락 몇 가닥을 몰래 끼워넣고, 복잡하게 뒤얽힌 나쁜 행동을 매일같이 생각하게 한다. 가장 소중하고 단단한 유대 관계를 깨뜨리며, 때로는 건강이나 목숨을, 또는 재산, 지위. 행복을 희생하도록 요구한다. 사랑만 아니라면 정직하게 살아갈 사람에게서 양심을 송두리째 빼앗으며, 이제껏 신의를 지켜온 사람을 배신자로 만든다. 요컨데 사랑은 온통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모든 것을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가고 뒤짚어 엎고 혼란에 빠트린다. 그때에 가서야 소리 높여 고함을 터뜨리게 될 것이다. 이게 다 무슨 소란이냐고, 무엇때문에 이렇게 마음 졸이고 흥분하며, 불안과 갈망에 휩싸이게 되었냐고..

-쇼펜하우어 - 양성의 사랑에 대한 형이상학

 

 

 

결혼생활의 성공 여부를 결혼 생활의 지속이나 부부 간의 정조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외도라는 뚜렷한 흔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부부가 더 이상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한 채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경우기 많기 때문이다.

실재로 이런 모습이 일반적인 결혼 생활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결혼의 진정한 의미로 보자면 이것이야 말로 실패한 결혼이다.

 

 

불륜은 실패한 결혼의 징후다.

다시 말해서 이미 사랑이 식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불륜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외도를 하지 않더라도 사랑이 시들해지고

그 자래에 결혼을 유지시키는 다른 요인이 점차 큰 비중을 차지해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불륜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이런 삶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를 불러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리말 중에서.

 

 

 

불륜을 경험한 사례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한 이야기를 리얼하게 엿볼 수 있다.

가보지 못한 길,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길도 아니고,

책으로 보기에 좋은 소재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자극도 되고 놀라기도 하고, 새로운 인식도 생기고

읽어볼만한 책이다. 아니 동거를 하고 있더라도 마찬가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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