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해피트리

구름뜰 2012. 9. 13. 10:48

 

 

 

나보다 큰 해피트리 두 그루가 왔다. 지인의 개업집에 들어온 화분이었는데 줄선 화분들 중 골라보라던, 한 그루도 감지덕지인데 두 그루까지 기꺼이 골라보라던 지인의 선물이다. 사실 해피트리 큰 나무 하나를 꼭 들이고 싶었던 터였다. 내 속내를 어찌 알았는지.

 

처음 왔을 땐 거실 창가 양쪽에다 양팔 저울처럼 균형 맞춰 앉혔다. 그리고 반나절 가량 자꾸 눈이 가는데 아무래도 과유불급, 과하다는 느낌이 들어 결국 한나절도 못되어 한 그루는 서재에 들이고 한그루는 창가 중앙에 둔 티테이블 곁에다 붙였다. 그랬더니 의자에 앉으면 나무의 품안에 드는 느낌도 좋고 손 닿지 않는 곳은 수시로 의자에 올라가 닦아 주기에도 좋다. 손이 갈수록 윤기가 돈다. 모양도 제법 흐드러지는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집 분위기에 맞춰 늘어지는 것 같다.

 

답례로 무얼 드릴까 고민하다 시골 어머님께는 작은 화분 몇 개만 드리면 된다던 말이 생각나 어머님 드리라며 꿀 한병을 준비했다. 배달까지 해 주고 가는 마음에.  

 " 자주는 아니지만 나무 볼 때마다 생각할게요." 했더니,

 " 형수님, 심리학에 무슨 무슨 현상이라고 있는데 그런 말이 더 끌리게 하는 말이래요." 란다  헉, 즉 " 안돼요" 가 " 돼요" 보다 더 끌리고, " 하지 마라"가 " 하라"는 말보다 더 끌린다는 것.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순간적으로 고마운 마음 그렇게 표현한 것인데 ㅎㅎ 정확하게 전달 된 셈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를지라도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맞을까. 아니면 '아' 라고 해도 '어' 라고 알아듣는다는 말이 맞을까.  말도 중요하고, 마음도 중요한 것이다.  같은 말도 느낌에 따라 다르니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어느 하나에도 진심이 결여되어 있다면 배달사고! 나는 건 당연할테다.  진심이라면 '아'나 '어'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논리도 성립될 것 같다.

 

며칠 전 여행지에 동행한 부부 세팀 중 두 집은 남편들이 화분에 물을 준다고 했다. 남편들이 주는 이유는 '내가 안 주면 죽으니까 '였다.  무관심이 죽이는 게 어디 화분뿐일까만, 조경설계일을 하고 있는 분인지라 주변에 나무든 야생화든 농장하는 분들이 많아서 수시로 새로운 분을 준다고 한다. 아내는 남편이 새 화분을 들고 올 때마다 스트레스라고. 생명있는 저것이 또 우리집와서 죽어나갈까봐라고, 하여 들고 오는 화분을 반기지 않는다고 그 마음도 나무에 대한 사랑아닐까.    

 

좋아는 하되 키우는 건 취향이니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수시로 들여다 보고, 쓰다듬고 헤프게 마음도 준다. 물이 필요한지 바람이 필요한지 볕이 필요한지는 사랑이 필요한지 잎만 봐도 안다. 맘껏 사랑해도 질투할 이 없으니 (우리집 작은 화분들이 당분간 질투할지도 모르겠다.ㅎㅎ )  이제껏처럼 만 한다면  잘 자라리라. 

 

가게에 두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말은 내가 부담가질까 배려한 지인의 겸손이었으리라. 어쨌거나 내게는 이름처럼 '행복한 나무'다. 갖고 싶다고 덜렁 샀더라면 요렇게 살가운 맛은 덜 했으리라.  지인과의 인연이 나무와의 인연까지 더했다. 지난 겨울 거실에서 보이는 창밖나무들 중에 내 맘대로 '내 나무'라고 찜해둔 상수리 나무가 한 그루 있다. 그것을 이른봄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날마다 지켜보는데. 저와 나의 거리만큼 그윽해서 좋은 나무다. 이렇게 큰 나무를 들이고 보니 '보시니 좋았다'는 말처럼 가까이 있으니, 맘 같아서는 분양도 가능하다면 잘 키워서 분양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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