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산소 나들이!

구름뜰 2012. 9. 17. 09:43

 

 

 

 

 

시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신 뒤부터 벌초는 대행업체에 맡겨서 하고 있다. 서울 속초 등 형제들이 멀리 떨어져 있으니 한 번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던 터다. 비용은 각출하여 마련하니 이래 저래 편해졌고 전문가 손을 거친 산소는 훨씬 더 깔끔하다. 

 

 어머님 돌아가신 뒤 살던 시골집도 정리한 터라, 추석을 한 주나 두 주 앞당겨 하는 산소나들이가 추석명절을 대신하게 되었다. 성묘가는 일이 가족나들이 분위기로 바뀌었고 명절 스트레스보다는 우애만 더 해 지는 소풍이 된다.   

 

 

 

 

 

 600년  전,  15세기 작품인 김시습의 한문소설 금오신화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근본에 보답하기 위함이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기 위함이라며, 귀신들이 인간에게 화와 복을 함부로 주는 것은 아니지만, 조상님을 섬기는 것이 조상님을 위한다기 보다는 그 본 뜻은 자식들에게 효나 섬김의 교육하기 위함이라는 글이 있다. 

 

 그 시절에 강요한 형식이나 풍토가 어땠길래, 문학 작품에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희망사항이 그대로 들어 있는지. 공자도 '귀신을 공경하면서도 멀리하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다. 

 

 

 

 

 평생을 교회에 다닌 어머님과 어머님을 따라 말년에 함께 다닌 아버님. 두 분의 무덤에는 살아생전 그토곡 섬긴 십자가가 함께다. 큰아주버님은 산소를 찾으면 꼭 신고식을 하신다. 누구는 왔고 누구는 못 왔노라, 올해는 이러한 일이 있었고 저러한 일을 준비하노라고, 어머니 아버지 도와 달라는 당부시다. 이 소식엔 이렇게 좋아하실 듯 하고, 저 소식엔 저렇게 반응하실것이라 짐작되는, 두분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종교와는 상관없이 좋아하시던 막걸리라도 올리고 싶고 음식도 올리고 싶어 소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다양한 문화의 중첩에서 각각의 환경에 맞도록 문화는 재편되어야 현명한 것 아닐까!

 

 아주 오래전 읽은 칼럼이 생각난다. 어느 종가집 종손이 쓴 글이었는데. 평생 아내의 삶을 지켜본 남편으로서 자식에게 남기는 유언의 글이었다.  '부탁하노니 진심으로 부탁하노니 나를 위해서는 그 어던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당부였다. 혹여 누군가 불효자식이라고 욕한다면 내 유언이었노라고, 누군가 시작해야 한다면 내가 먼저 시작하고 내가 욕 먹을 테니 너는 반드시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라고.. ' 

 

 살아가는 모습도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옳지 않을까. 농경시절 한 곳에 모여 살던 때 같으면 수월했지만, 도시화 산업화로 달라진 환경인데 효나 제도, 형식이 그 시절 그대로 강요된다면 후손들에겐 매우 불합리한 환경일 수 있는 것이다. 정신은 잇되 방식에선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건 산 사람들의 마음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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