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하고 난 뒤나 아이들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받았을 때 시간이 필요합니다. 거리두기 시간인데요. 그러고 나면 서서히 회복되기도 하고 상대도 나를 덜 가깝다고(만만하다고) 여기게 되어 조심 해 줄때 치유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냉담기간인데 멀리하기가 치유가 되는 거지요. 어떤 이는 가족을 남에게 하듯이 남처럼 대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이도 있을 만큼 내 생활이 내가 가지를 뻗어가는 일이 가까운 이를 찌르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상대가 가만 놔 두기를 바라거나, 또는 나 혼자 있고 싶을때. 기다려 주는 것이 상책이지요. 살아갈수록 시간의 위대함을 실감합니다. 나이의 위대함으로 바꾸고 싶지만 나이든다고 다 그렇진 않으니 깨어있는 감성으로 인식의 칼날이 무디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큰 스님이나 알려진 이들의 글이나 말을 듣다보면, 하나도 다르지 않은 내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가 콕 꼬집어 줍니다. 다만 내가 수긍하지 않았던 것들인데 뒤 늦게 인정하는 부분들 인데요. 며칠전 트위터에서 읽은 혜민스님의 글도 공감가는게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독해서 남에게 상처주는 것 보다도 몰라서 상처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화를 하세요.너의 마음 몰라주어서 미안해라고 해 보세요"
모르는 것도 죄라는 것. 김수현 작가가 언젠가 "무식한 것도 죄야" 라고 어느 드라마 대사에서 강하게 어필시킨 이 말, 개인적으로 정수리에 명치에 팍 꽂히는 대사였는데요. 하고 많은 주변 사람들 중에 유독 그 사람에게만 화가 나거나 밉거나 한건 그 미운 모습이 내 모습과 반드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단지 내 모습이 아닌 것처럼 합리화 시켜서 이 사회 규범이 또는 주변인들이 수긍할 만큼 드러낸다고 합니다.
일종의 방어기제인 셈인데요. 그것이 나는 왜 이럴까 못난이 하면서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정신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만성적으로 모든 현상에서 내 편한대로 합리화 시키다 보면 병즉 증상으로 변한다고 하네요. 내 탓이 아니라 모든 것이 상대의 탓이 되니까요. 내 탓이라고 합리화 시키는 긍정의 지혜도 필요하고, 힘들때는 정신건강을 위한 합리화도 필요하다는 거지요. 그 것들을 잘 버무려서 건강하게 살아야 겠지요.
그 사람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하지요. 말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나이 들 수록 그런 건지, 그 사람 말만 자세히 들어도 그 사람이 보입니다. 아 저이는 장미 같고, 저이는 능소화 같고, 저이는 들꽃 같다 같은 것 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냥 그대로 인정하는 거지요. 경계해야 할 건 장미라서 아름답고 들꽃이라서 덜 아름답다가 아니라 그 자체로 다 소중하다는 것이지요.
나무도 가지를 뻗을 때는 빈 공간을 찾아서 뻗어간다고 하네요. 혜민 스님도 결국 정신이든 몸이든 피로의 시간에서 회복되는 시간이 치유의 시간이 된다는 거구요. 가까워서, 가족이니까 당연해서, 이것이 폭력이 되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하니까요.
오늘자 중앙일보 '삶의 향기' ' 혜민스님 글을 읽으면서 생각난 시가 있어 올려봅니다.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 유홍준
벤자민과 소철과 관음죽
송사리와 금붕어와 올챙이와 개미와 방아깨비와 잠자리
장미와 안개꽃과 튤립과 국화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죽음에 대한 관찰일기를 쓰며
죽음을 신기해 하는 아이는 꼬박꼬박 키가 자랐고
죽음의 처참함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아내는 화장술이 늘어가는 삼십대가 되었다
바람도 태양도 푸른 박테리아도
희망도 절망도 욕망도 끈질긴 유혹도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별일 없냐
별일 없어요
행복이란 이런 것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죽음을 집 안으로 가득 끌어들이는 것
어머니도 예수님도
귀머거리도 시인도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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