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을 넘긴 노익장께서 신년교례회 자리를 마련했다.
초대장소에 참석하는 마음이 오랫만에 만나는 인연들로 더욱 설레는 자리였는데
참석해보니 선생님 지인들 중에도 낯익은 얼굴이 몇이나 있었다.
나무처럼,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는 일이 가지를 뻗어가는 일같다.
지난주에 가진 모임인데 논 시간을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이제사 든다.
제자들과 각계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맘껏 노셨다.
그 노시는 모습이 천상 동심이었다.
글도 좋고,
뜻도 좋고,
맑은 기운
좋은 향기.
언젠가 이 수첩을 보여주신 적이 있다..
윤이 날 만큼 선생님 손길이 느껴졌다...
좋아하는 글귀들을 담아둔 당신에겐 보석상자 같아보였다.
좋은 마음으로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글, 좋은 뜻을 나누고 싶어한,
그 분별없는 아름다움에 내색하진 않았지만 이 면을 통해서 경의를 표합니다.
득소가취 (得小佳趣) "작은 것에서도 아름다운 것을 취하라"
계사년 신년 휘호라고,
찾아보니 소동파가 지인에게 준 편지글에 들어간 글귀다.
빈한하더라도 작은 것에서 만족할 줄 안다면 행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얼떨결에 초대 받은 자리였지만,
지나고 보니 이런 시간 이런 자리를 또 갖기가 쉬울까 싶게 여운이 남는다.
놀이판을 만들어준 선생님께 고맙고 내게도 주신 글이 있어서 더욱 뜻깊다.
"이불이역생' (而不以易生)
"나의 삶을 무엇과도 바꾸지 않는다."
현재의 내 삶에 만족한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남편에게 까지 의미를 확장한다면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함께 정도 ㅋㅋ 경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족자나 액자로 만들어 걸어두어야 겠다.
글씨가 담박합니다. 선생님 제자분이 그러더군요 막 쓰셔도 획이나 여백 간격이 예술이라고
이 글은 수천 수만시간 혼자서 놀아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을,
한 일 없이 턱밑에 앉았다가 '제게 주시는 글'이라고 해서 화들짝,
낙관 찍는 손사진만 몇 컷 찍고 달랑 받아온 손길이 부끄럽다.
돌아와 생각해도 역시나 민망하다.
선생님, 묵향에 묻힌 묵향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쯤 놀다오면 그런 향기도 좀 묻어나야 하는데
장소만 떠나면 바로 날아가버리는 요 가벼움은 어쩔까요.
작심삼일 되지 않도록 좋은마음 좋은향기 여기에라도 새겨두고저
한참이나 뒤 늦게 깨친 생각덕분에 이 아침이 분주합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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