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군에 간 아들에게서 온 편지

구름뜰 2013. 2. 14. 20:42

 

 

 

 

부모님께

어머니 아버지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막내아들 권이는 이곳 파주 기보대대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키가 작은 아버지와 요리를 썩 그렇게 잘 하지는 않는 어머니이지만

또 지금껏 면회 한 번 안왔지만 저는 두분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제가 굳이 표현을 하지 않아도 두분은 잘 알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두 분도 그렇게 표현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아들인 제가 두분을 닮았지 않겠습니까!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내 사랑의 유효기간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저는 부모님 생명의 유효기간이 있다면 그 기간을 만년으로 하고 싶습니다.

이제 제가 부모님께 바라는 것은 멋진 옷이 아니라, 멋진 요리를 해주는 것도 아닌

그저 두분이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형도 다 컸고 저도 뭐 솔직히 거의 다 컸습니다.

누군가가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젊었을 때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수 없는 많은 꿈을 꾼다.

하지만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 자식이 그 꿈이 되어 버린다."  

부모님의 꿈이 저라면 그 꿈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만들어 드릴테니

이제 자식 걱정은 그만 하시고 남은 만년 생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날씨도 추운데 감기조심하시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요 다가올 봄이 얼마나 따듯할지 기대해 봅니다.

2013 2.8 사랑하는 아들 올림

 

 

 

 

 

무뚝뚝해서 살가운 맛이라곤 없고,

설날 전화왔을 때도 잘 지내냐고 저는 근무 서고 있노라고

그 외에는 별 말도 없었는데. 편지와 함께 선물이 왔다. 

처음에 받고는 잘 못 온 건가, 부대측에서 보낸 건가 별 생각을 다했다.

날짜를 보니 설 연휴 전에 쓴 편지다.

한 달 월급 다 털어도 살 수 없는 것인데. 

만년! 이라는 단어에 담긴 스물두살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워서 

아름다운 이 녀석의 마음을 나 또한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을 수가 없다. 

 

올 봄은 정말 얼마나 따뜻할지 기대가 된다.

녀석과 함께 맞을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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