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머지않아 여름 오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봄 속에 있다. '로이킴'의 '봄봄봄'이 좋고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 등 봄예찬 노래들이 좋다. 베란다 화분에도 활기가 넘친다. 창밖 풍경도 한 이틀 바빠서 눈길주지 못하면 거기 있어서 알아 본다 할 만큼 변화무쌍하다.
제대 한지 열흘 밖에 안 된 아이가 2학기 복학을 앞두고 일찌감치 분가를 했다. 제 집이 제집 아닌 것처럼 제 집 찾아가듯 학교 앞으로 떠났다. 방을 구하고 생활물품들을 야무지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컸다는 생각이 설핏설핏 들었다.
이삿짐을 싸면서 베란다 화분 중 초보자도 키우기 쉬운 다육이 순도 함께 분가를 시켰다. 책상 앞 창틀에다 올려두면서 "이젠 네가 돌봐야 한다" 했더니 한 번 쳐다보고는 접수했다는 표정이다. 작년에 분가한 큰 애 집에 놀러갔을 때였다. 들어서는 내게 큰 애는 "엄마, 조심하세요. 청개구리 한마리가 들어와서 같이 살고 있어요. 어디 있는지 모르니 앉을 때 조심하세요" 수건이 여기저기 뒹굴고 옷가지가 흐터러진 방이지만, 들자마자 청개구리의 안위를 걱정하는 큰애가 기특했었다.
나는 결혼전에 독립해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대학진학으로 떨어져보니 함께 있을때보다 훤씬 성숙하는 것 같다, 집이나 부모에 대한 마음도 마찬가지다. "엄마, 음식물 쓰레기 봉투는 따로 있어요?" 가르칠땐 귓등으로 듣더니 몰라서 묻는 전화다. 독립하면 더 잘 자라는 다육이처럼 제 지평을 넓혀가기를, 이제 믿어주는 일 말고 해 줄일이란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다시 내 일에 전념할 수 있게된 적당히 후련하고 적당히 서운한 이런 상황도 나쁘진 않다.
어쩌면 독립은 자녀보다 부모가 먼저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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