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주 가끔 달이 밝아서라거나, 저수지엘 가고 싶어서 밤길 산책을 나서는 것처럼, 늦은 시간에 달처럼 귀인이 나타날 때가 있다. 그제 화요일 낮엔 비였고, 이래저래 기분좋은 하루였다. 아버지에게 좋은 소식이 있어서 나까지 들떠있는 상황이었는데, 랑보에 이어 늦은 시각에..
"오페라 같이 갈래?"
이럴때 나는 오분 대기조만큼 빠르다. 지인도 지인의 티켓이 공석이 된 바람에 갑자기 연락을 받은거라서 그랬는지 가 보니 '오페라'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였다. ㅎㅎㅎ
음악이 내게로 왔다. 이 음악이 어떻게 내게로 왔는지는 모르지만 좋았다. 단원 70여 명이 한호흡으로 몰입하는 시간. 나는 이럴때 무대에 온전히 몰입한다. 그래서 공연장의 관객은 나 혼자라는 착각에 빠진다.
감동이 큰 작품이고 혼자갔을 경우 공연장을 나와도 그 감흥은 그대로다. 그리고 운전을 해서 집으로 오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현관에 들어서면서 현관조명등이 켜지고 내 식구들의 신발이 눈에 들어올 대 그때 현실로 돌아온다. 친구들과 함께 갔을 땐 공연장을 나오면서 바로 돌아온다.
나를 잘아는 시를 쓰는 한 지인은 "자폐증! 있는거 알죠?"라고 한 적이 있다. 그 소리를 처음 들었을때는 왜? 그렇게 볼까 했는데. 한 1년즘 지나고 나니 나도 인정할 만큼 나는 가끔 자폐가 된다, 시인의 통찰력은 일반인 보다 낫다. ㅋㅋ 공연장 얘기를 하다보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끔 내 감성이 내 몸보다 느린것을 보게 된다. 이렇때는 굉장한 행복감에 젖어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빛이 소리보다 매우매우 빠르고 먼저 도착하는 것 처럼, 번개를 천둥이 따라올 수 없는 것처럼,
살면서 분리된 자신에게서 행복감을 느끼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되려 그 반대가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쾨락엔 3 종류가 있다고 한다. 가장 원초적인 에로티즘, 감성적 쾌락 그리고 지적쾌락이라고 한다. 단계를 높여갈수록 지속감도 오래가고 안정된다고 한다. 감성은 음악이나 영화 연극 등 예술분야에서 충전받기 좋은데 책도 좋고 인간관계에서도 그렇고, 감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방법이겠다,, 그리고 지적 쾌락은 자기 주도적 삶, 즉 자아실현을 해가는 삶을 살아갈 때 가장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운(행운)은 준비한 사람에게 오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어쨌거나 내겐 정말 운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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