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 준 음식을 먹어본 지는 까마득하다
가족을 위한 요리나 친구나 친척들을 초대한 요리에도 정성이야 없지 않지만
한 사람을 위한 요리는 선물이다.
잘 만들고 싶은 마음, 맛있게 된다면 수고는 오히려 기꺼운 마음이 되는,
그런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올리브 스파게티'를 대접 받았다.
서른 아홉살 처자가 한참 왕언니인 나를 위해 만들어준 어제 점심요리다.
이 스파게티를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어쩌면 살다가 이후 내가 만나는 스파게티 앞에서
늘 이 사진이 먼저 떠오를 지도 모르겠다.
기억속 또 한 장의 나를 위한 음식사진이 떠 오른다.
찾아보니 폰 속에 남아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날, 큰 아이랑 둘이서 먹은 스테이크다
먹고 싶다는 내 얘기를 잊지 않고 나를 데려고 간 곳은
손님이 거의 백프로 여성들만 있는 스테이크 전문점이었다.
녀석은 멋쩍어 하지도 않고 연인처럼 다정 다감했다.
피클이나 샐러드류 등 셀프 품목들은 제가 알아서 챙겨와 주던 모습까지 기억난다
그 밤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감정 사진은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그대로 되살아난다.
좋지 않은 감정도 우리는 찍는다.
스파게티에서 스테이크를 떠 올렸듯이 살다가 불쑥 좋지 않은 기억도 올라온다.
좋든 싫든 내가 찍은 내 사진들이다.
기억은 그때의 감정까지 선명하게 불러오지만, 실상
그 대상과는 지금 아무 상관없는것이다. 단지 내가 지금 이 순간 추억하는 것일뿐,
그러니 사람과 관계된 아픈 감정은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게 어떨까.
나만 끌어안고 있는 내 아픔인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이미 다른 시공간에서 잘 지낼터이다
내 추억속에는 나만 있는 것이다.
내 아픈기억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우리 삶도 그 만큼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한 사람을 위한 요리는
마음에서 몸까지 그득해지는 정말 괜찮은 선물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