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안가면 서운하고, 가면 고생길이고
이러면 저러고 싶고, 저러면 이러고 싶고
간사한 건 사람마음 뿐이어라.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으면 그만인데
그 또한 그때 그때 기분따라 다르니
역시 간사한 건 사람마음 뿐이어라..
그제 금요일 아침 불국사를 찾았다..
아홉시쯤 도착하였는데 천왕문에서부터 시원한 물줄기를 만났다
도량을 적시는 물줄기가 이른 아침 조용한 불국사의 기운까지 더해 청량감을 더했다.
얼마전 뉴스에서 보도된 것을 본 적이 있다,
두 나무가 연리지처럼 만나서 사랑의 형상!을 닮았노라던,
기현상이긴 하지만 해몽이 더 좋았던 기억이 있다.
언제 봐도 그저 놀라울 뿐인 풍경.
소나무도 불국사의 아름다움에 놀라서 뜨악! 뒤로 물러나 자라고 있다.
다보탑은 국보 20호이고 석가탑은 21호다.
조형미의 극치다.
이 보물들은 언제봐도 장관이다.
석가탑 기단부 받침돌 위에 얹는 넓적한 돌인 '갑석'이 균열이 생겨서
지난 4월부터 공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완공은 2014년으로 알고 있다.
작년에 다보탑도 수리끝에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한다.
석가탑도 천년만에 대수술을 받는 셈이란다.
석가탑을 해체해 놓아서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외장의 담백한 조형미에 비해서 내부는 그냥 평범한 돌을 쌓아서 채운 것 같았는데
견출지 같은 것들이 돌 하나 하나마다 붙어 있었다
저 돌들도 다 보물이다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이렇게 보물로 거듭나 존재하는 것이다.
천년을 이어왔고 또 앞으로 천년 이천 년 이어가지 않을까.
나한전 소탑들이 장관이었다.
정랑에 다녀와서 쉬고 있는데, 물뿌리는 아저씨 물줄기가 내 곁으로 슬며시 다가온다.
나는 그늘이 좋아서 꼼짝하기 싫고 ..
- 아저씨 앉아 있어도 돼요?
- 네 앉아 계셔요..
- 두어 시간 앉아 있어도 돼요?
- 네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됩니다 ㅎㅎㅎ
- 사진 찍어도 돼요..
- 네 되고 말구요. 제가 이래뵈도 동남아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기념사진을 많이 찍어가서
세계적으로 인기가 좋습니다.
- 제가 보기에도 불국사에서 제일 쿨한 아저씨 같아요. ㅎㅎㅎ
아저씨 웃음소리 불국사 도량을 적시고, 나는 아저씨가 떠나간 뒤에도 한 참을 앉아 있었다.
이 아침 사진을 보다보니, 천왕문 입구에서 물뿌리는 모습이 시원에서 찍었던 그 첫사진의 아저씨와 동일인이다. 캬아..
오랫만에 가사를 두른 스님의 뒷모습도 담아보았다.
목탁소리와 매미소리만 요란한 산사의 해우소 앞에서
지긋이 느긋이 해우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국사 경내에서 차로 나가는 입구쪽 도로다. 아무도 가지 않는 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눈이 더 시원해지는 풍경이 많았다.
수양버들 한그루가 연못속으로 낙하중이다.
덥다고, 하악하악 대면서도 다녀 오니 기록을 남기게 된다.
나이들어 후회하는 것이 해본일에 대한 것 보다. 해 보지 못한 일에 관해서라는데
지독하고 고약한 더위덕분에 저녁이면 집으로 찾아드는 휴가를 보냈다.
실컷 논 한 주다
옆지기도 실 컷 놀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빨리 돌아가고 싶다 일상으로..
어서 빨리 월요일이 왔으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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