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매미 한마리

구름뜰 2013. 8. 14. 09:44

 

 

 

 아침밥 하려다 무심코 보게된  방충망! 작년에도 이런 날 있었다. 콘크리트 구조물까지 날아오른 비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쌀을 씻고 밥을 안치고 보니 매미는 가고 없다.

 

 숲에서 저렇게 매미가 우는 건 수컷의 구애소리라는 데. 정작 짝짓기를 하고 나면 수컷은 나무에 붙어 있을 여력이 없어서 땅위로 떨어진단다. 암컷도 알만 낳아 놓은 뒤 그대로 떨어진다고. 알은 나무껍질같은 곳에 붙어서 1년 정도 살다가  이듬해 유충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고 흙 속으로 들어가 5~7년 남짓 살며 변태를 거듭 굼벵이가 된다고 한다.    

 

 저 매미도 올 여름 굼벵이 몸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갔으리라. 그리고 우화를  거쳤으리라,  그리고 이 더위가 갈 무렵 운이 좋으면 종족을 퍼뜨리고 마감을 할 것이리라. 저렇게 울어대도 정작 짝짓기에 성공하는 건 절반 정도라고 하니, 유충도 땅속으로 들기 전에  95프로 정도는 개미나 거미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하니 저러고 우는 녀석들은 삶의 기적을 노래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종족보존의 본능만 있으리라.

 

 밥이 다 되고 무심코 그 자리로 눈이 갔는데. 놀랍게도 매미가 다시 와 있다. 저것이 아까 그 매미인지 다른 매미인지, 그 매미라면 그 자리를 기억하고 온건지, 아니면 무심코 앉은 자리가 또 그 자리인건지. 궁금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서 출근하려 현관에서 신발 신는 사람 붙들고 저 매미가 어떤상황일까고 물었다.

 

-바뻐, 쓸데 없는 소리좀 하지마! 

 

 퉁을 주고간 남편 뒷꼭지를 보면서 든 생각,  아하, 매미도 방충망에 붙어서는 울지 않는데, 가끔 나무인지 방충망인지 분간도 못하는 어리석음이라니....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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