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문성생태공원 겨울풍경

구름뜰 2014. 1. 28. 09:25

 

 

옷/ 문효치

 

오리털 외투를 입었다

옷의 안쪽에서

뀃뀃뀃

오리 우는 소리가 난다

 

털 뽑힌 오리들은

구만히 장천, 그 너머 황천

이 눈보라 속에서 어디쯤 가고 있을까

 

우리들의 살 속에 황천이 있다

털을 남긴 오리들이 모여 있다

 

가끔 배가 아플 땐

입으로 넘긴 정로롼을 쪼으며

뀃뀃뀃......

 

 

 

 

 오리털 잠바 입고 목도리까지 단단히 하고 거의 날마다 가는 곳이 오리가 사는 저수지이다.

추위를 많이 타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옷이었는데 이 시를 보다보니 짠하다. 그제 저수지 오리들을 보며 AI걱정은 했었지만, 내 안에 뀃뀃뀃!은 생각도 못했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명소가 있다.  멀게는 한 시간 쯤 걸리는 곳에서까지 시민들이 이 곳으로 운동을 나오는데, 겨울 한복판이라 요즘은 햇살 좋은 서 너시 쯤에 찾는 사람들이 많고 커피집들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기온에 따라 오리들의 놀이터는 줄었다 늘었다 하는데.  이날 얼음 위에 올라 찰랑이는 물이랑을 앞에둔 모습은 미동없이 점잖아서 마치 유행성 조류독감!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물속에서 노는 놈들은 아마도 청춘들 일런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라도 저수지 풍경은 수시로 바뀐다. 쨍하고 추운날과 볕 좋은날, 바람 많은 날, 심하게는 주말과 주중도 다른 것 같다. 사진도 그렇다. 같은 장소지만 해를 등지고 찍은 사진과 맞으며 찍은 사진의 스펙트럼 효과가 극명하다. 사물은 그대로지만 내가 선 자리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선 자리가 색안경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휴대폰으로 찍은 것인데도 손색없다.이런 풍경을 가까이에서 매일 누리는 것도 복이고  담아내는 손전화기의 진화도 놀라운 일이다.

 

  가뭇없이 찾아갈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어서 좋다. 마음이 번거러울때 무정물에 애착이 가기도 하는 것은 설명할 수 없지만 장소와 공간이 주는 위로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추억을 빼 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찌 무정물이라고만 단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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