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에는 정지용 생가와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인접해 있다. 지난 일요일 성주공공도서관에서 문학기행 가는 곳이 이곳이었다. 친구의 강권도 있었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선뜻 따라나섰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었는데 가게들이 시인의 마을이라는 메세지를 주듯이 곳곳에 간판처럼 지용의 시가 있었다. 정지용은 유독 고향 사투리를 많이 구사한 시인이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하니 눈감을밖에
시가 있는 상회에는 시가 있겠지!.
시가 필요할 때
이 곳에 가면 될까.
바람이 불어올 때도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시간에도
행복 좀 팔아 볼까나
행간도
아픔이나 슬픔 비애는 사고 싶다.
익기전에 흔들린 내 시심도
발효되지 못한 내 언어도
흙 돌담안 사립문을 밀고 들어서면 정겨운 초가가 마주서 있다. 우물과 장독대 뒤란 굴뚝까지 소담스런 이 집이 향수의 탄생배경인 것이다. 주변 들과 논과 밭 아내, 누이, 아버지. 얼룩백이 황소까지 이쯤에서 노랫말을 한 번 더듬어 보면 어떨까.
1902년에 태어나 한국전쟁때 돌아가셨으니. 우리 조국의 수난사와 함께 살다가신 분이지만 그분이 남기 시는 오늘까지도 전 국민의 향수를 달래주고 있다. .
굴뚝이 낮은 건 밥 하는 연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경계한 거라고 했던 것 같다.
생가 동쪽으로 난 사립문을 밀고 나가면 문학관으로 연결이 되었다.
지용은 한국전쟁중에 실종되었다. 월북했다고도, 남북 되었다고도 미군에게 처형당했다는 소문까지. 어쨌든 작품은 출판금지 되었고 이후 우리는 지용시를 접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산 가족 상봉 시절 북에 살던 셋째 아들이 남한에 있을 줄 알고 아버지를 찾고자 신청을 했고 남한의 형들과 만나면서 북에도 계시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1988년 해금이 되고 그의 시가 교과서에도 나오고 노래로도 불리게 되었다. 향수의 작곡은 김희갑이 했다.
49년의 생애(1902~1950) 동안 유년기가 일제치하였고 한국전쟁에서 행방불명, 아마도 북으로 끌려가 처형되었을 거라는 추측뿐이다.
지용문학상 수상자들
지난번 대구에서 섹스폰을 멋지게 불러주시던 이동순 교수님!
문정희!
친구랑 우리도 이렇게 늙어가고 싶지 않냐며
한참을 붙박이 하고 있었다.
이상국 시인의 친필 시도 보였다.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 알 수 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문학관에서는 그의 삶과 문학,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게 잘 준비되어 있었다. 지용 시의 가장 뛰어난 성과는 신선한 감각과 독창적 표현이라고 한다. 그가 고양시킨 한국의 현대시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향수로 심금을 울린다.
주말에는 하루에 삼백에서 오백명까지 온다고 한다.
시인이 태어난 마을에 오고 보니 그의 시가 더욱 실감났다.
생가 앞으로 토목 공사가 잘된 하천이 있었는데 가뭄이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실개천을 여기를 두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쨌거나 한 시인이 머물다 간 자리. 그 고향에서 그를 추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후손들에게도 영광이지만 지역사회에도 큰 영광 아닐까.
우리동네에도 이런 시인 한 명 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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