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멋진 신세계

구름뜰 2014. 6. 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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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는 정지용의 시 문학 세계를 해석, 공공 예술로 빚은 아트벨트다

대청호 상류에 자리한 이곳은 생가와 인접해서 연계해서 둘러보기에 좋은 코스였다.

곳곳에 지용의 시어가 글로 이미지로 조형물을 이루고 있어서  노천 전시관 같은 느낌이 좋았다. 

산책코스에서는 벤치나 시비 등 지용을 주제로 한 다양한 스토리들이 곳곳에서 반긴다.

 

호젓한 걷기 코스로도 그만이었다. 길이 있고 볼 것이 있다 보니

더욱 뜻깊은 길이 된다. 금상첨화라면 이런것을 함께 즐길이와 함께라면 되고겠다.

데이트 코스로도 좋을 듯 하다.

 

 

 

 

유리창/ 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향수' 못잖게 대표작이랄 수 있는 시 '유리창'이 유리에 기호처럼 크기를 달리해 자리하고 있었다

시어가 주는 독특함 때문에 그대로 이미지가 되고 상징도 되는 것 같았다.

언어가 가진 힘이랄까 이미지를 크기로 나타냈달까. 묘한 끌림을 주는 유리창이었다. 

 

두 살된 딸 아이를 잃고 쓴 시임에도 얼마나 차분한 어조인지. 시인의 슬픔은 그럴수록 그리 표현하지 않아서 더 깊어 보이는 이 묘한 아이러니..

 

 

 

 

 곳곳에 쉽터가 있었다.

 

 

 

 

 

 

 

토지. 거대한 뿌리. 등 근현대사 우수한 작품군들이다.

 

 

 

 

'오월 소식'이란 지용의 시를  조형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버들피리 불던 시절이 있긴 있었다.

수양버들이 무성한 대청호 상류다.

 

 

 

 

돌 하나를 다섯조각으로 잘라서

단면에다 지용과 관련한 스토리들이 칸칸히 넘겨보는 재미를 더했다.

 

 

 

 

 

 

 

 

 

 

 

여기 저기 개망초 군락지들도 많았다. 

자연지형에 형성된 길이라 옛길 처럼 편안했다. 

호수를 끼고 도는 것 또한 풍경이 물길이 멀직히서 쭈욱 지켜주는 듯 했다. 

 

 

 

 

아이들과 함께여서 좋았다.

이런 시간을 아이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아마도 어른이 될때까지 정지용이란 시인이 주는 메세지는 오늘의 이미지와 함께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좋은 시절인가

 

 

.

 

 

 

우리 고향에서는 '깨금'이라고 했는데

깊은 산에나 가야 맛볼 수 있었는데. 산책로 주변에 산딸기와 함게 있었다.  인적이 있건 없건 제 터전에서 식물들은 식물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연친화적이었다.숲길도 사람도...  

 

 

 

 

 

 

 

 

 

 

 

 

 

한 바퀴를 다 돌아 '멋진신세계'  앞에 닿았을 때 일행중에 어떤 분이 불쑥 내게 내민 산딸기다.

나는 확실히 찍사의 자질!이 있다. 덥썩 받기보다는 "잠깐만요!". 라며 카메라에게 양보할 줄 아는 걸 보면.. ㅎ ㅎㅎ그분이 당황하여 한손으로 내밀었던 손이 머쓱했던지 얼른 나머지 손까지 공손하게 더 해 주셨다. 손끝에 묻은 흙이 고물처럼 느껴질 만큼 달콤하고 부끄런 몸짓이었다.

 

나는 산딸기를 먹고 자랐는데. 친구는 무슨 맛으로 모르겠다고 했다. 

딸기맛이 문제가 아니라  경험한 사람과 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다.   

 

'멋진 신세계' 는 '향수 30리' 라는 부제가 앞에 붙어있다. 

훌륭한 시인과 그에 때 맞춤한 지자체의 정성이 잘 맞물린 공간이었다.

이 외에도 애쓴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

다 관람 할려면 도시락 준비해 와서 느긋이 놀다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시간 남짓만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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