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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으로 한국화 매력 인도서 뽐냈어요"

구름뜰 2015. 1. 14. 08:21

현지 두차례 전시회 박성녀 화가

슬럼가 학교서 한국화 워크숍도

 

 

한국 화가 박성녀의 작품 ‘자연을 입다’
“한국의 종이와 먹이 빚어내는 환상! 자연의 회색빛이 주는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그녀의 그림에는 공감과 환희, 따사로움이 있다."

한국화가 박성녀(43)의 그림을 본 인도의 어느 시인의 평이다.

자연. 시간을 입다(Nature. Weathered over time)’라는 주제로 박성녀 작가의 아홉 번째 개인전이 15일~2월4일 렉서스 갤러리(대구 수성구 동대구로 48 <주>렉서스와이엠 5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박 작가를 만났다. “스피드한 시대, 한 박자 쉬어가는 시간이었으면 하는 바람과 잠시라도 추억 속 고향마을로의 회귀를 꿈꾼다”는 그녀의 그림은 색과 먹이 한지를 만나서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박 작가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민들레나 쑥부쟁이, 엉겅퀴, 씀바귀, 제비꽃, 강아지풀, 여뀌, 개망초 등 우리의 야생화들이다. 민들레나 씀바귀는 도심 콘크리트 사이나 균열된 시멘트 틈새로도 비집고 올라오는 자생력 강한 풀꽃들이다. 관심 두지 않아도 올라오고, 뽑아내어도 틈만 있으면 비집고 올라오는 것이다. 민초라는 말이 이렇게 질긴 생명력을 비유한 말이기도 한 것처럼. 소외되기 쉬운 것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지난 2년간 인도에서 두 번의 전시회와 다섯 번의 한국화 워크숍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페이스북에 올린 그림 덕분이었다고 한다. 인도의 미니어처 작가가 페이스북을 보게 되었고, 자신의 그림과 함께 전시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주인도한국대사관문화원 초대전’까지 이어졌다. 한국화 워크숍도 인도의 슬럼가 학교와 국제학교는 물론, 한국어를 배우는 세종학교 어르신들에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대사관문화원에 출품한 작품은 인도의 풀꽃을 그린 것인데, 이것이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달맞이꽃인가 싶으면 아래는 선인장 같고, 씀바귀인가 싶은데 민들레 비슷한 것도 있었다”며 인도의 야생화는 우리의 야생화와 다르다고 했다. 환경에 따라 식물도 변하니, 우리의 산야에 피는 꽃은 모두 ‘우리꽃’이라 명명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2008년 첫 개인전부터 박 작가의 지론은 한결같다.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을 주고 싶다는 거다. 그 한 템포는 추억을 길어 올리는 시간도 되고,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도 될 것이다. 렉서스갤러리 장상의 관장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자연소재라 전시에 기대가 크며, 인도에서도 총망받는 중견 작가의 작품 감상에 많은 이들의 발길을 기다린다”고 했다.

우리 삶도 소외되고 소멸되는 것들의 연속이다. 해마다 봄은 오지만 작년의 봄은 결코 아닌 것이다. 자연은 순환하지만 해마다 다른 모습으로 온다. 소외되고 소멸해가는 자연물을 대하는 따뜻한 작가의 시선 속에서 변하지 않는 추억으로 남을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글·사진=이미애 시민기자 m0576@hanmail.net

영남일보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