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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전화 한 통이 사회혼란 야기한다

구름뜰 2015. 3. 25. 08:37

 

 

 

 

 

 
봄비가 한번 다녀간 뒤로 수목들은 촉촉한 윤기를 더하고 있다. 대기마저 뽀송하다. 봄볕은 충분히 살갑고 산수유를 시작으로 개나리, 목련, 벚꽃이 몽실몽실 피어날 듯하다.

며칠 전 주말 밤이었다. 구미 금오산 상가에서 볼일을 보고 내려오던 길이었는데, 반대편에서 소방차 두 대와 긴급 출동하는 승합차 한 대가 올라오고 있었다. 건조기이고 산불조심 거리방송 차량을 봐왔던 터라 이 밤에 어쩐 일인가 싶어 가슴이 덜컥했다.

불길한 예감은 불안에서 오는지 일단 차를 돌렸다. 어디에 났는지. 상가가 아니고 산이라면 야간엔 어떻게 하는지. 불안감이 불씨처럼 번졌다. 평소엔 아름답던 금오지 올래 길 야경 불빛도 흔들리는 것 같았다. 자연 학습원쪽은 아닌 듯했고, 소방차는 대주차장 입구 잔디광장 아래서 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야광인 소방관 유니폼은 밤이라 더욱 선명했다. 관리사무소 쪽에서 몇몇 사람들이 오가고 무전기를 든 소방관 모습도 보였다. 긴급한 상황일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상가 쪽이나 소방차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은 차분했다.

“장난전화래요.”

본부와 무전을 막 끝낸 소방관의 말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힘이 쭉 빠진다는 느낌, 소방차 뒷좌석에 쟁여 앉은 듯한 소방관들의 눈빛도 안도하는 듯했다. 내가 차를 돌려온 5분 남짓한 시간에 별 생각을 다한 걸 보면, 완전 무장하고 달려온 소방관들의 마음은 어땠을지.

경찰이나 소방관 등 공무 집행자들을 엉뚱한 곳으로 달려오도록 만드는 장난전화는 그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 시민의 불안과 사회적 혼란도 야기한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상습 허위 신고자의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출동에 든 비용을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하고 있으며 지난해 상습허위 신고자 10명 가운데 8명은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긴급 상황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게 우선이라 장난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출동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장난 전화에 일어날 여러 파장을 생각해보면 이들을 골탕 먹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사회는 맞물려 돌아간다. 하나의 톱니바퀴가 삐거덕거리면 나머지도 미세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적인 업무는 적재적소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한다. 공적시설도 마찬가지다. 내가 낸 돈이 쓸데없는 곳에 쓰인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성숙한 사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만들어진다. 어서 봄비라도 자주 내렸으면 좋겠다.

이미애 시민기자 m0576@hanmail.net 영남일보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