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 그가 왔다.
나를 만나러 온건 아니지만, 불특정 다수에 내가 있는 것이고.
존경하는 사람이 오면 나를 만나러 온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한다.
그래서 특강 수강자가 아무리 많아도 나는 신난다.
이런 마음은 콘서트나, 외국에서 온 오케스트라나 연극 뮤지컬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언제나 즐길 준비가 되어 있고, 거기 가면 금방 몰입한다.
그게 내게 집중하는 시간이 되고
그것이 나를 충전하는 시간이 된다.
이렇게 쓸 수 있는 건
어젯밤 강의 '삶이 주인이 되는 법'에 이미 내가 많이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 살지 못하고 그리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내 상상력이나 마음은 이미 그곳에 닿아 있다는
그래서 생경하지도 낯설지도 배척하고 싶지도 않은 공감도 99프로 인 그런 강의였다.
서재에서 찾아보니 다섯권이었다.
초면이지만 나는 이미 깊숙히 그를 알고 있는 느낌.
저자가 구미에 올때 내가 그를 만나러 갈 때
가장 신나는 일은 내가 그의 책을 읽은 경우다.
내게 영향을 많이 준 작가라면 설렘까지 동반되는데,
강신주는 내가 사랑하는 작가 베스트 3에 속한다.
찾아보니 다섯권, 사오년 전
그가 이렇게 유명해지기 전에
흠뻑 빠져지낸 흔적이 지금 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제 강의의 핵심은 인문학은 자유와 사랑이라는 것
"자유로운 사람만이 사랑이 가능하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자유롭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꽃으로 활짝 피어라"
수처작주 입처개진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는 곳마다 참 되어라'
침묵이 언어라는 걸 알정도로 성숙해지면 좋겠다
이 회사가 아니면 못먹고 살거라고 생각될 때
그만두라
이 남자가 아니면 못먹고 살것 같을때
헤어져라
(이 말들은 그만큼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것들에 내가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즐기지 못하고 목숨처럼 매달려 있다면 차라리 관두라는 거다. 우리가 너무도 절박하게 매달린 것들, 이거 아니면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다 굴레일 거고 집착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틀좀 내려놓고 좀 유연하게 더 나아가서 즐기면서 살라는 애기이기도 하다. )
사인을 하고 나서 책을 주시는 데 "샘 안아주세요?"라고 했더니 덥석 안아주셨다.
나도 왜 안아달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불쑥 튀어나온 거였다.
다시 강신주를 읽어보고 싶은 아침이다. 사오년 전과는 다르게 읽히는 몇몇 문장들이 보인다.
생존의 걱정은 끝이 없고 답도 없다는 것
길게보라는 것
결국 페르소나 역활 얘기도 나왔는데 완전 공감갔다.
우리가 민낯을 대하면서 사는 상대가 몇이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다르다는 것.
자기의 민낯을 한 사람도 공유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외롭겠는지..
과연 내 민낯을 드러내고 마주하는 이가 몇인지..
다시 강신주에게 집중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