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구미에 첫눈 오던 날

구름뜰 2018. 12. 11. 18:19

 

 

 

저걸 그냥 접시에 받으면 '눈꽃홍시빙수'가 되겠다.


 

 


아침부터 뿌윰했다

올것 같은 예감

사람키만한 감나무에 까치밥이라기보다는 두고 보기 좋아 남겨둔 감 두개 홍등이 되었다.


기다리는 마음만 급해서

홍등이 대잦부터 붉게 빛났다. 



 


 

 

 

눈은 오고 어디로든 가고 싶고

그칠것 같지만 그치지 않으니

이대로 집에 있는다는 건

눈에 대한 예의가 아니리라.


 

 


눈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이 숲이 누구 숲인지 알 것도 같다

허나 그의 집은 마을에 있으니

내가 자기 숲에 눈 쌓이는 걸 보려고

여기 서 있음을 알지 못하리.



 

말은 방울을 흔들어 댄다

뭐가 잘못됐느냐고 묻기라도 하듯.

다른 소리라곤 스치고 지나는

바람소리와 솜털 같은 눈송이뿐.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하지만 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잡들기 전에 갈 길이 멀다.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다.


,

 

프로스트의 '눈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라는 시가 잘 어울리는 시간. 

'눈은 푹푹나리고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라던 백석의 시도 생각나는 시간.


술한잔을 두고 사내혼자 앉아있다면 백석같은 시간을 보낼것이고

연인끼리였다면 이불처럼 덮어주는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


첫눈은 언제나 설렌다.

첫눈속에 서 있는 일이란..

갈 길을 잠시 잃어버리는 시간이 된다.


로버트 프로스트도 아마도 첫눈이 오는 숲가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말이 방울을 울리며 뭐가 잘못되었냐고 궁금해해도

눈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눈이 내리는 걸 보는 일리란......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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