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봄비

구름뜰 2021. 5. 4. 21:04

비가 오고 있다

황사 미세먼지 꽃가루까지 더해
연일 대기가 지저분했는데
만물이 샤워하는 것 같다

나무가 물기를 머금으면
화재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일기예보를 안내하는 아나운서의 맨트가 들려온다

약속한 일도 없이
약속이 있었던 것 마냥
보내는 시간이란 제법 활기찬 일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그게 단지 내 바람뿐이었다는 걸 실감하는 일이란 또 갑자기 엄청 무료해지는 일이다

무료함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못할 때
그곳에 가 있는 마음을 몸이 견디는 시간 같다.

비는 내리고
비를 견디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무얼 하면 좋을까
며칠 전 지인이 보내 준 고향 쪽 풍경에 머문다
저기 싱그런 풍경에도 비는 올 테고
밤새 나무들 성큼 촉촉해지리라

사람에게도 내려 물기 머금을 수 있다면 참 반가운 이들 많겠다

오월 봄비가
밤에도 오고 있다

'사람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을 나온 구피  (0) 2021.08.09
빼기  (0) 2021.06.10
  (0) 2021.04.05
전지적 벚꽃 시점  (0) 2021.04.03
그리다  (0) 202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