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048

혼자가는 길

어쩌다 함께 걷게 되면 나를 잠시 비켜가는 길이 된다 꽃이 흔들리듯 바람은 관계에서도 일어난다 손절이라는 단어가 사람에게 더 쓰이고 옳은 말이라도 감정이 실려있는 어조는 그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반복되면 듣기 싫어진다 기대를 하지 않게도 된다 꽃을 보듯 나무를 보듯 존재자체로 보면 된다지만 어쩌다 오는 바람에 흔들리게 되고 다시 돌아보게 된다 미러 효과라 했던가 우리는 대상에 따라 영향받는다 그래서 사람은 무상 무심한 자연을 좋아하는 것일 게다 우리는 자연을 대할 때 기대하지 않는다 자연물에는 가능한 게 관계에선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다 결국은 마음 문제다 혼자 가는 길이 외롭긴 해도 기대를 놓아버려도 되는 시간에 익숙해지는 일 그것으로 족하다.

사람향기 2023.05.18

감꽃

연두에 윤을 내면 가능할까 아니 불가리라 자연은 시시때때로 제 빛을 내고. 그 자체로 아름답다 하루가 다르게 지평을 넓혀가는 감잎들 꽃을 보려면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연두를 스쳐갈 바람들 한 여름의 천둥과 소나기 그리고 불타는 가을볕까지 와중에 낙과하는 어린것도 있을 테고 연두는 그렇게 살이 오를 것이다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감이 나무에서 홍시가 될 무렵이면 아버지는 새벽에 홍시를 주워와 잠자는 머리맡에다 놓아두셨다 눈뜨자마자 머리맡을 확인하는 일이란 공복에도 포만감이었다 자연은 무심하고 인간은 시시때때로 유심하니 인간이 자연을 닮기란 불가능에 가깝겠다 인간은 인간을 벗어나 살기 어렵고 자연은 홀로 자연하니 다만 보니 좋은 것으로 족한 자연이다 오월은 감꽃이 지나가는 달 감나무 그늘도 살찌는 달이다

사람향기 2023.05.16

데이지

홀로 피어도 예쁘고 군락을 이루어 무리지어 피어도 예쁜 꽃 지인의 꽃밭에서 만난 데이지! 부동산 사무실 뒤쪽 공터 조붓한 공간에 관상용 양귀비부터 코스모스, 수국, 국화, 수레국화, 민들레. 크로바까지 없는 게 없다. 다만 지금은 데이지가 제철이다 두고두고 순서대로 꽃들의 향연이 있겠다. 주변 휴경지에는 상추나 고추 토마토 가지가 흔한데 그녀는 꽃밭을 만들었다. 어릴 적 고향에 살 때 마당에 화단이 있는 집은 유독 눈이 갔었다. 어른이 되면 마당 있는 집에 꽃을 가꾸면 좋으리라 그런 생각도 막연히 했었는데 아파트다 보니 아직도 꽃밭은 요원한 일이다 화분이지만 꽃이 피고 열매 맺는 관상수가 있기는 하다, 지인의 꽃밭에 눈이 가는 건, 비 다녀간 뒤 더 환해진 꽃들 때문이리라 웅크리고 앉아 잡초 뽑는 그녀가..

사람향기 2023.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