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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뜰친구

사월 봄꽃은 먼데 있어도 잘 보이는데 부항댐 뷰가 좋은 자리에는 무지개도 쉬어가는 자리가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어땠는지 마음이 늦은 건지 몸이 늦은 건지 침묵이 행간을 도우기도 했다 친구야 가끔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너는 어떤 기분이 되는지 연두를 보듯 너를 본다 듣는 것도 보는 것도 내 마음이었다는 걸 햇살은 스스럼없이 따뜻하기만 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마찬가지, 쉰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 위즈워드의 시 '무지개' 원제는 두 번째 행 '내 마음 뛰노라' 라는데 쉰 넘고 예순을 향해가지만 만나면 바로 동심회귀가 가능한 고향친구들이 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시간을 우리는 함께했다.

사람향기 2023.04.27

제주 여행기 3 ㅡ 기당 미술관

곶자왈을 다녀온 다음 날! 제주는 비바람 미세먼지로 야외활동이 불가였다. 둘째 날은 미술관 투어였다 전날 다녀온 곳이 곶자왈 도립공원인데 기당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 차려진 밥상처럼 '제주 숲, 곶자왈 이야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숲에 대한 인상을 작가들은 어떻게 표현해 냈을지 미술관 입구 포스터가 유독 반가웠다 * 김동기 곶자왈 프로젝트 한지에 목판화 가변 설치 (2016~2019) 이 그림은 한 장의 사진을 가로 12장 세로 6장으로 잘라놓은 퍼즐처럼 그려진 그림이다. 4년에 걸친 작업인 듯했다. * 김동기 곶자왈 #11 한지에 목판화 122 ×182cm 2020 *홍진숙 지난 저녁 일몰 무렵 애월에서 물 빠진 해변의 맨발로 걸어보았는데 위 그림의 가로줄 결은 모래 위 물의 흔적과 흡사했다. 김..

제주 여행기 2 ㅡ곶자왈 도립공원

곶자왈은 제주에 화산지형을 일컫는 '곶'(숲)과 '자왈'(가시덤불)의 합성어라고 한다. '제주어 사전'에는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헝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정의되어 있다고. 수백 년 동안 자연상태에서 살아남은 것들, 그 숲에 인공의 길이 더해져 우리가 들어가 볼 수 있게 된 셈이니 귀한 길이 아닐 수 없다. 제주 도착 첫날! 걷기로 작정한 여행이었기에 어릴 적 고향동산으로 달려가듯 곶자왈의 품으로 기꺼이 들었다. 월요일이라 사람 소리 보다 새소리가 동행하는 길이었다. 자연림이고 용암숲이며 휴대전화가 안될 수도 있고 화장실도 없다는 안내판이 있다. 다만 걷기에 좋은 길! 길엔 원시 그대로의 덤불이 뒤엉켜 있었다. 길 아닌 곳으로는 한 발자국도 허락할 수 없단 듯 현무암도 그위로 자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