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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나무

남도엔 봄꽃이 찾아왔다. 겨울바람을 뚫고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는 벌써 봄바람에 꽃잎을 떨군다. 다음 차례는 노란 산수유 꽃이다. 전남 구례군은 국내 최대 산수유 산지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산수유 70%가 구례에서 난다. 풍부한 일조량과 비옥한 토양 덕분이다. 매년 이맘때 산수유 축제를 열었던 구례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를 취소했다. 산수유나무는 자생종은 아니다. 구례군 산동면 계척마을에 있는 산수유 시목(始木)이 증거다. 마을 주민이 할머니 나무라 부르는 이 나무는 한국에 처음으로 심은 산수유나무다. 중국 산둥성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인이 가져와 한국에 처음으로 심었다는 전설도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지만 마을 주민은 매년 시목에 풍년을 비는 시목제를 지낸다. 빨간 산수유 열매는 예부터..

좋은 기사 2021.03.09

'눈' 이후 눈이 자꾸 밟힌다. 눈 뒤의 발자국처럼. "시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시 쓰기라는 줄 위에 계속 머물러 있는 일일세. 삶의 매 순간을 꿈의 높이에서 사는 일. 상상의 줄에서 한순간도 내려오지 않는 일일세. 그런 언어의 곡예사가 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세." p100 * 네에 주가 줄타기를 좋아한 이유는 '균형'이었고 소세키는 무사에서 무너진 '균형'을 예술에서 찾았다고 했다. 유코의 시는 통합을 의미하는 회화에도 이르게 되고 봄눈송이는 그걸 보고 "엄마를 그린 그림 중 가장 아름답다" 했다. 이 책 어딘가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문장도 나온다. 태어나. 연기하다, 죽는 사람과 삶의 줄 위에서 '균형' 잡는 사람으로요 전자가 배우라면 후자는 곡예사라고.. 언어의 곡예사는 아니지만 '꿈..

책향기 2021.03.06

그리다

다섯 살 아이가 그린 애꾸눈 해적 성한 눈은 윙크하는 것 같고 입 모양은 웃고 있다 해적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뱀을 보고 놀란 아이에게 보이는 건 무섭지 않은 거라고* 알려 주었나 우리는 눈을 감고도 서로를 볼 수 있을까 안 보는 줄 안다고 3월 새순 같다면 꽃은 피지 말아야 하리 먼저 나간 말들이 날개를 달 때 마음은 어디에 가 있었는지 못 본 눈으로 돌이킬 수 없어 질끈 기다린 걸 당신은 알고나 있었는지 내 눈을 내 안으로 돌릴 수 있다면 해적이 될 수 있을까 아이 눈은 요원하고 내 눈은 멀어 버렸네 *영화 '미나리'

사람향기 202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