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리움 짙어 제 무게로 무너지는 밤이면 창밖 세상에는 비가 내려도 좋다 나단조의 젖은 음계로 나지막이 비가 내리면 때절은 세간 사는 꾸밈없는 이역異域 보고 싶은 사람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비라도 내리면 좋다. 목마름으로 대지는 허기져 오고 서툰 인연 탓으로 질퍽한 하늘 녘에는 천둥.. 시와 수필 2010.08.17
별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엇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 시와 수필 2010.08.14
파도 - 이경림 내사 천날만날 내 혼자 설설 기다가 절절 끓다가 뒤로 벌렁 자빠지다가 엉덩짝이 깨지도록 엉덩방아를 찧어보다가 꾸역꾸역 다시 일어서다가 오장육부 쥐어 뜯으며 해악도부려보다가 급기야는 절벽 같은 세상 지 대가리찧으며 대성통곡도 해 보지만 우짜겠노 남는 건 뿌연 물보라 뿐인기라 일년하고.. 시와 수필 2010.08.11
꽃피어라 내 사랑아 - 용혜원 꽃피어라 내 사랑아 온 땅을 뒤덮을 듯이 피어나는 봄 꽃들처럼 활짝 피어나 향기를 발하여라 꽃피어라 내 사랑아 지는 날 속절없이 지더라도 필 때는 모든 것 아낌없이 피어야 탐스런 열매가 열리고 익어가는 아름다움이 있지 않겠는가 꽃피어라 내 사랑아 우리네 사랑도 한 번 활짝 피었다가 사라질.. 시와 수필 2010.08.09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세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 시와 수필 2010.08.08
나에게 이런 자녀를 주소서 약 약할때에 자기를 분별할 수 있는 강한 힘과 무서울때에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담대성을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 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자녀를 나에게 주시옵소서. 생각해야 할때에 고집하지 말게 하시고 주를 알고 자신을 아는것이 지식의 기초임을 아는 자녀를 .. 시와 수필 2010.08.07
피안(彼岸) 저 집들, 언제 강을 건너 저렇게 무덤처럼 웅크리고 앉았나 아무도 몰래 건너 가버린 저 산들은 어떻게 다시 또 데려오나 젖은 길만 골라 가는 낡은 나룻배가 산과 나무들과 꽃들, 풀밭을 다 실어 나를 건가 남아있던 불빛마저 참방참방 뛰면서 저편으로가는구나 환하다, 내가 없는 저쪽 - 이은림 '저쪽.. 시와 수필 2010.08.06
연인(戀人) - 황금찬 연인 너를 부르기 위하여 겨우 찾아낸 말이다. 한 백 년 불러도 싫지 않고 다시 부르고 싶은 이름이다. 하지만 백아의 동굴을 거쳐 나와 연인이라는 말이 되기까지는 쉰 길 소에서 바위를 머리카락으로 달아올리는 그런 괴로움이 있었느니라. 연인아, 하고 부르면 너와 나 사이는 천 리도 지척이 되고 .. 시와 수필 2010.07.29
그대에게 - 서정윤 무엇을 원하는 것으로 소유하려는 것조차 나의 욕심이라고 깨닫고 시인하며 가슴을 털며 돌아서면 사랑은 조건이 없는, 아니 진정한 사랑의 조건은 진실, 그 하나만으로 족한 것. 가면의 사랑으로 우리는 자기마저 속이려는 숱한 가여운 영혼을 본다 사랑 없는 삶은 죽음보다 무의미한 것이기에 우선.. 시와 수필 2010.07.26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고 나는 풀벌레 곁에 밤을 빌린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잔다. 너의 날은 내일에 있고 나의 날은 어제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세월이다. 문 닫은 먼 자리, 가린 자리 너의 생각 밖에 내.. 시와 수필 2010.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