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 시와 수필 2010.06.03
바다와 나비 -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靑무우밭인가 해서 나려 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저러서 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푼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서리다. 시와 수필 2010.06.03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일상의 모든 것들을 벗어버리고 둘만의 시간을 원한다. 바닷가를 거닐며 파도에 취하고 숲속 길을 산책하며 숲 향기에 빠져들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은 마음 설레고 가슴 벅찬 일이다. 사랑하는 이와 여행을 떠나면 달콤한 꿈을 .. 시와 수필 2010.06.02
특별한 당신에게 - 김용화 당신은 내게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사람중에 소중한 만남을 가졌으니까 당신은 내게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항상 좋은 마음을 함께 하고 있으니까 편안하게 대할 수 있고 안심 놓고 말할 수 있고 마치 늘 섞여드는 강물처럼 기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특별함 중에 특별함입니다 당신은 .. 시와 수필 2010.05.28
어린 눈이 당신을 보고 있다 여기 어린 눈이 있어 당신을 지켜본다. 밤이나 낮이나 당신을 보고 있다 여기 어린 귀가 있어 당신이 하는 모든 말들을 남김없이 듣고 있다. 여기 어린 손이 있어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을 따라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여기 당신처럼 될 날을 꿈꾸는 어린 소년이 있다. 당신은 그 어린 친구의 우상이며 그.. 시와 수필 2010.05.24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 천양희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어떤 날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막무가내 올라간다 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 상상봉에 다다르면 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다 굽은 능선 위로 생각의 실마리들 날아다닌다 뭐였더라, 뭐였더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의 바람소리 생각(生覺).. 시와 수필 2010.05.22
오동나무 연상 - 윤오영 전에 어느 선비 방에서 본 오동나무 연상. 나는 오늘 C노부인을 만나보고 왜 갑자기 이 연상이 떠오르는 것일까. "한국의 여성은 서구의 여성에 비해 젊음을 오래 지니지 못한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서구의 여성과 비교해본 일은 없지만, 한국 여성들의 젊은 모습이 너무 짧다는 것만은 여러 번 .. 시와 수필 2010.05.19
주석없이 - 유홍준 탱자나무 울타리를 돌 때 너는 전반부 없이 이해됐다. 너는 주석 없이 이해됐다. 내 온몸에 글자 같은 가시가 뻗쳤다. 가시나무 울타리를 나는 맨몸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가시 속에 살아도 즐거운 새처럼 경계를 무시하며 1초 만에 너를 모두 이해해버린 나를 이해해다오 가시와 가시 사이 탱자꽃 필 .. 시와 수필 2010.05.18
구원(久遠)의 여상(女像) - 피천득 구원의 여상은 성모 마리아입니다. 단테의 '베아트리체',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헤나(Henna)의 '파비올라'(Fabiola)입니다. 둘이서 나란히 걸어가기에는 좁은 길이 라고 믿는 알리사이기도합니다. 그러나 또한 "불타오르던 과거를, 쌓이고 쌓인 재가 덮어 버린 지금은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어해도 되겠지.. 시와 수필 2010.05.14
이야기 - 피천득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사람은 말을 하고 산다. 심리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생각까지도 말을 빌려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꿈 속에서도 말을 하는 것이다. 물건 매매도 교육도 그 좋아들 하는 정치도 다 말로 한다. 학교는 말을 가르치는 곳이요. 국회는 시저 때부터 지금까지 말을 하는 .. 시와 수필 2010.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