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 흐르네 도쳐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시와 수필 2010.03.12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 시와 수필 2010.03.10
비소리 -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버리고 비는 뜰 우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으지러진 달이 실낮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 시와 수필 2010.03.04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시와 수필 2010.03.03
한사람을 사랑하는 일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가슴 한쪽 깊숙한 곳에 살며시 꽃씨를 뿌려 두는 일이다. 언제 어떻게 필지 모르는 이름 모를 씨앗 하나를 계절내내 가슴으로 품어 길러내는 일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어두컴컴한 밤길을 눈을 감고 걸어 가는 일이다. 돌뿌리 많은 길을 지나 웅덩이 깊은 길을 건너 돌.. 시와 수필 2010.02.27
한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 안도현 한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짓는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로 하여 그이가 눈물짓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못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가슴을 쥐어 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 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 내 무덤에는 그리움만 소금처럼 하얗게 .. 시와 수필 2010.02.25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 정채봉 내가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듯이 누군가가 또 나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세요? 그 사람 또한 나처럼 그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슴에 잔잔한 파도결이 일지 않던가요?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어지게 하거든요. 시와 수필 2010.02.23
나무처럼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되면 훨훨 벗어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 시와 수필 2010.02.16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정희성 시 두편만 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 부자로 살고 싶어서 발표도 안한다. 시 두편 가지고 있는 동안은 어느 부자 부럽지 않지만 시를 털어버리고 나면 거지가 될 게 뻔하니 잡지사에서 청탁이 와도 안 주고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거지는 나의 생리에 맞지 않으므로 나도 좀 잘 살고 싶으므.. 시와 수필 2010.02.05
내가 누군가의..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는 한 아무것도 사라지는 것은 없어. 돌아갈 뿐이야. 아침 이슬이 공기 속에 섞이는 것처럼, 그래서 물기를 머금은 그 공기가 다시 찬 기운과 만나 이슬로 내리는 것처럼 말이야. 모든 건 그렇게 돌아 가는 것뿐이야. 마음속에 기다림이 있는 한 우리는 아무도 사라지지 않아. .. 시와 수필 201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