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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 공통분모

구름뜰 2009. 10. 22. 14:38

매일춘추] 공통분모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과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가 함께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가 흐르고 있다. 브라이트만의 솔로만 듣다가 공연장에서 테너와 함께 호흡을 맞춘 하모니로 들은 건 처음이었다. 그 감동을 동영상으로 다시 느껴본다. 격투기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편은 음악회나 뮤지컬에 동행하면 고삐 매인 소처럼 한숨만 쉰다. 열광하는 관중들까지 마뜩잖으니 애당초 함께 즐기기란 글렀기에 혼자서 가고 혼자서 보는 편이다.
 

 아들이 중2 때부터 함께해 온 모임이 있다. 공통분모가 있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았고 그 시기쯤에 겪게 되는 기막힌 경험담들도 공감이 잘 됐었다. 처음엔 열 명도 넘었지만 아이들이 커가고 고 3이 된 올해 초 달랑 넷만 남았다. 음식점 순례도 아니고 명분도 없어 계속 나가야 하나 갈등이 생기던 때에 마침 예술회관에서 문화가족을 모집하고 있었고 문화 성향이 맞는 우리들은 회원이 되었다. 이후 우리들의 만남은 문화 나들이가 되었다.

 

 이번 모임은 아침과 점심의 중간을 뜻하는 브런치 콘서트였다. 예술회관 개관 20주년 기념 ‘몰도바 국립방송 교향악단 내한 공연’이었다. 귀에 익은 곡들은 즐겼고 익지 않아 영어듣기 시험보다 생소한 곡들은 이완된 감성으로 소리에만 집중해 들었다. 바이올린의 가는 음색과 눈 감으면 구름 위인가 싶은 선율에도 마음껏 젖어 보는 시간이었다. 지휘자가 몸으로 표현해내는 곡들은 소리처럼 아름다웠고 완벽했다. 보는 것으로도 들릴 것 같았다.

 

 마지막 곡 하이든의 ‘고별’ 4악장은 마에스트로와 연주자가 함께하는 퍼포먼스 같았다. 연주가 시작되고 한 명씩 자리를 뜨기 시작하는 연주자들, 중반부로 접어들자 퇴장했던 이가 다시 나타나 빨리 나오라고 종용한다. 이후 더욱 스피드하게 빠져 나가고 초조해진 지휘자는 애원도 하고, 완력으로 엄포를 놓기도 한다. 지휘하다 말고 달려가 붙잡아도 보지만 소용없다. 모두 다 떠나가고 텅 빈 연주석에서 객석으로 서서히 몸을 돌려 객석을 지휘한다. 그의 몸짓에 박수 갈채와 폭소 환호로 화답하는 객석, 뛰어난 테크닉과 설정이었겠지만 관객들에게 보이는 쇼맨십까지 스토리가 있는 클래식 연주회였다.

 

 두 시간의 충천은 공연장을 나올 때부터 마음이 순해지고 맑아지는 에너지가 된다. 반복해 듣는 나를 남편은 방해하지 않는다. 다름을 공감하는 배려이기에 존중과 이해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혼자여도 좋았던 것을 함께해 오면서 우리들의 공통분모도 아이들의 성장만큼 커간다는 느낌이 든다.

이미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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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0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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