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음식이다.
김이 귀했던 시절, 아궁이 잔불에서 살짝 구운것을 조선간장에 참기름 몇 방울과
깨소금 넣어 싸먹었던 그 담백한 맛이란.
또 묵은 나물을 잘게 썰지 않고 그대로 요리하여 그것에도 쌈싸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이 복쌈이라고 하여 복을 싸먹는 세시풍습이었다는것은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
복을 먹는 일인지는 몰랐지만, 그냥 싸먹는 것이 좋았던 정겨웠던 음식들.
또 한가지 보름날 아침 밥상에서 부모님이 꼭 당부하신 말씀,
누가 000야 하고 부르면 절대로 대답하면 안된다는,
더위팔기 위해 부를거라는 걸 명심 또 명심하게 일러주셨던 일,
그래도 누가 삽작에서 부르면 금방 잊고 반가움에 달려나갔던.
초저녁 달이 뜰 즈음이면 소쿠리 들고 오곡찰밥을 얻으러 다녔던 기억도 있다.
오곡밥은 집집마다 색이 달라 누구네 것이라며 골라먹는 재미도 있었다.
정월대보름 밝은 달밤아래서 늦도록 어울려 놀았던 기억. 생각만해도 정겹다.
구미에서는 해마다 지산 앞뜰에서 달집태우기 행사가 있다.
우리 일행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졌다.
해가 떨어진 건지.. 달은 떴는데 구름속인지.
차를 주차하면서 본 이 폭죽이 마지막 폭죽이었다.
정월대보름 위용은 없는 달빛이었지만 달집의 위용은 장관이었다.
며칠전에 내린 비로 논바닥은 질퍽했지만 달집태우기 행사는 대 성황,
수많은 인파들이 웅성거리며 오갔고 우리는 불이 한창 타오르는 부분부터 구경했다.
소원을 비는 이도 있고.. 쥐불놀이하는 아이들까지. 손자 업고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도시의 불빛이 저 멀리 배경처럼 펼쳐져 있지만,
달집이 거의 다 탈때까지 논길과 논바닥을 헤집고 다니며 놀았다.
빈 논바닥, 벼벤 자국들만 남은 논바닥의 푹신함을 얼마만에 느껴보는지..
행사가 끝나고 달빛이 중천에서 제법 제 빛을 발할 때,
논길을 어울려 걸어보는 일 또한 오랫만에 해 보는거였다..
춤 추는 불덩이!
훠얼훨.. 불잉걸의 뜨거움이 대보름달보다 더 환하게 타오르는 밤.. .
지렛대처럼 세웠던 이 기둥이 쓰러진 쪽 마을로 풍년이 든다는 풍습도 있다고 한다.
어찌 이 막대가 풍년을 약속할까만은.. 나무기둥에도 한해동안의 운세 의미를 두고자 했던
우리네 풍습은 정겹다.
어제는 정말로 오랫만에 정월대보름 기운에 취해서 놀았다. 홀가분하게 어릴적처럼,,
찰밥먹으러 오라는 곳이 있어 함께 몰려가 점심먹고, 금오산 산행도 하고.
해질무렵 지산 앞뜰 달집 태우기 행사까지..
아니 그것도 모자라 결국 동네로 돌아와 뒤풀이 시간까지..
그렇게 하루 종일 피곤도 잊고 싸돌아 다닌셈이다. ㅎㅎ
한창 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타임머신 타고 30년도 넘는 시간속으로 되돌아가 놀다온 기분이다.
마지막 꺼지기 전의 불빛이 더 찬란하다고 했던가.
사그러 들라 치면 더 활활 타오르던 달집을 보면서 액운이 있다면 깨끗이 소각되고
좋은 일 많이 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보았다.
어디서 왔는지 포장마차의 행렬도 장관이었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서야 겨우 자리 하나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 콩나물 시루 같은 곳에서 함께 어울려 먹는 막걸리와 이런 안주들..
논바닥에서 이런 것들을 즐기는 기분.....재밌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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