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사르다나팔의 죽음
미미는 멋지게 떠났다. 유디트는 편안하게 갔다. 지금 이 순간 절실하게 그녀들이 그립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도 완성되었고 이제 이 들은 그들의 무덤 위에 놓일 아름다운 조화가 될 것이다.
- 고통스럽고 무료하더라도 그대들 갈 길을 가라. 나는 너무 많은 의뢰인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내가 쉬고 싶어진다. 내 거실 가득히 피어 있는 조화 무더기들처럼 내 인생은 언제나 변함없고 한 없이 무료하다.
이제 이 소설을 부치고 나면 나도 이 바빌로니아를 떠날 것이다. 비엔나 여행에서처럼 그곳에도 미미나 유디트 같은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5장 사르다나팔의 죽음. 마지막 문장.
미미는 멋지게 유디트는 편안하게 자살을 했다는 문장이다.
이 문장은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것이지만 앞에다 올려본다.
이 소설속 나는 자살조력자다.
자살을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준비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확인한 후
준비가 된 사람에게는 잘 죽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안내해주고
준비가 안 된 이들은 돌려보낸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고 나면 소설을 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불편하기도 했고
작가가 비튼 문장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다
제호가 주제이겠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나는 나를 파괴하지 않을 유일한 주인'이므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것인가 하는 문제의 이면을 짚은 책으로 본다.
어떤 책이든 야금야금 음미해 보는 재미
이 책은 시점이 워낙 오락가락 하는터라서
한번 읽고는 이해가 쉽지 않다.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이 정도쯤은 읽어낼 것이라는
독자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시도 못할 작가의 용기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덮고 나면 그만일 것 같아
한 번 쯤 더 읽어보고 싶은 문장들은 남겨둔다.
1장 마라의 죽음
건조하고 냉정할 것. 이것은 예술가의 지상 덕목이다. P8
압축할 줄 모르는 자들은 뻔뻔하다. 자신의 너저분한 인생을 하릴없이 연장해가는 자들도 그러하다. 압축의 미학을 모르는 자들은 삶의 비의를 결코 알지 못하고 죽는.P10
어쨋든 누군가와 대화를 하려는 의지가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내 고객이 될 만큼 충분히 절망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얘기를 무작정 들어주기만 하는, 그러나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일반 상담자들과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파악하는 데 충분할 정도만 그들의 말을 들어준 후에 적극적으로 내 견해를 제시한다.
죽고 싶어하는 도우려면 이런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비틀어 놓은 문장이다.
이 책은 읽다보면 불편한 마음이 먼저 생긴다
하지만 눈치 있는 독자라면 작가의 문장을 뒤집어 읽게 된다.
- 나는 사람들이 무의식 깊은 곳에 감금해두었던 욕망을 끄집어내고 싶을 뿐이다. 일단 풀려난 욕망은 자가증식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상상력은 비약하기 시작하고 궁극엔 내 의뢰인이 될 소질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 중요한 고객이란 내 창작에 중요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이 시대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에게는 단 두 가지의 길이 있을 뿐이다. 창작을 하거나 살인을 하는 길.
-세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죽음이 감히 우리에게 찾아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 비밀스런 집으로 달려들어간다면 그것은 죄일까?"
.
2장 유디트
세상은 재밌어 진실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거짓말은 사람을 흥분시켜.
사과는 부패하면서 진한 향기를 풍긴다.
사람은 딱 두 종류야,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과 죽일 수 없는 사람. 어느 쪽이 나쁘냐면 죽일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나빠. 그건 K도 마찬가지야. 너희 둘은 달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종자여. 누군가를 죽일 수 없는 사람들은 아무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해."
죽음을 찬양하는 문장이 많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소설이 주는 장점이기도 하겠고
죽음이라는 것을 나는 타인을 살해하거나 자살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나를 죽이는 것 즉 내려놓는 것으로 읽으면 매우 편안하다.
3 에비앙
유디트는 나의 고객이 되기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 나는 그녀와의 계약을 이행했다. 그녀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가슴에 묻은 채 나는 비엔나 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때 내가 비엔나로 간 까닭은 그것 말고도 또 있었다. 내 의뢰인 유디트 때문이다. 그녀와의 예약을 수행하자마자 나는 유디트를 그린 화가 클림트의 나라고 가고 싶어졌던 것이다. P63
- 한국에서의 내 삶이란 의로인이 될 수 있는 사람과 될 수 없는 사람을 구별하는 일에 바쳐진다. 여기까지 와서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 P67
- 그때 유디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그녀는 보여주고 있었다. 생기. 그녀는 나와 만난 후 처음으로 얼굴에 생기를 띠고 있었다.
"갑자기 신이 나는 거 있조. 내게 인생이란 제멋대로인 그런 거였어요. 언제나 내 뜻과는 상관없는 곳에 내가 가 있곤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4 미미
권태는 더이상 내 사랑이 아니다.-랭보 [나쁜 혈통] 중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유쾌하다. 그 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책을 읽어도 되고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해도 재미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어떤 부채의식에도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다. 반대로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일은 불쾌하다. 그 시간은 사람을 조급하고 비굴하게 만든다. 그래서 인지 c는 언제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P93
"생물이 화려한 색을 가지고 있을 때는 크게 두가지 경우야. 누군가를 유혹해야 하거나 아니면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때."P101
-예술이 공포로부터 기인했다는 이 가설은 그림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 그의 흥미를 끌었다. 근원을 짐작할 수 없는 내면의 두려움을 예술로 통어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으로 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 그에게는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었다.P104
"두려움은 흔히 혐오의 외피를 쓰곤 하죠. 자전거를 배우려면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꺽어야 해요. 그리고 힘차게 페달을 밟으면 되죠."P108
P124미미의 자살 결심
십년이 넘게 해오던 동안 난 내가 진짜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날 문득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몰라 단 한번도 나를 들여다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디론가 계속 도망치고 있는 기분으로 나는 평생을 살아왔던 느낌이었어. 여기가 이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나는 어러저러한 것들로부터 계속 도망치고 있엇던 거지. 나는 그 남자에게 그 얘기를 다 했지. 그러자 그 남자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를 안아주고 내 얘기를 들어주었어. 너무 아늑하고 포근해서 아마 죽음의 냄새를 맡았던가봐. 그 남자를 만나서 나는 내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지 알게됐어."
그 남자는 쉽지 않을 거라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동안 거부했던 일이 있다면 그걸 해보라고 하더군. 나는 그에게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다 해주면서 내 작업을 내 눈으로 보고 싶다고 말했어. 그런데 그때 그가 네 이름을 알려주었어. P125
P127 k가 C형에게
"형의 저 작품을 보니까 구역질이 나, 보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구역질이 나고 저걸 만든 형에게도 구역질이 나고 그래. 형은 아마 이해할거야. 세연이 따위 없어도 그만이지. 형은 계속 저런 식으로 살 거고 나는 기름밥 먹으면서 살겟지. 이놈의 세 끗 인생이 언제 끝나는지 그것만 궁금해. 나는 오늘 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한번 내 볼까 해. 그래 여태까지 난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 액셀에서 발을 뗐었건든, 끝까지 한번 밟아보고 싶어. 정말로 날아갈 때까지."
죽음을 택한 자들과 살아남은 자들
이 책은 자기 뜻대로 살지 못하는 이에게
자기 의지로 살아갈 것을 암묵적으로 권하고 있다.
미미와 유디트는 자살을 했다.
내가 죽여야 할 것은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는 쪽으로 읽으면 좋겠다
고정관념을 넘어서보라고
플라톤이 동굴속 사람들처럼 살지말라고...
지금 내가 다라고 여기는 것들은 다 아닌 것들 투성이이고
내가 좋다고 여기는 것들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늘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깨어있으라고 의심해보라고 하는 메세지같다
예술이 문학작품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것이기도 한 것처럼. ....
내가 지금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
나라고 생각하는 것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 번 더 의심해보는 것이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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