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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비가 오고 있다 황사 미세먼지 꽃가루까지 더해 연일 대기가 지저분했는데 만물이 샤워하는 것 같다 나무가 물기를 머금으면 화재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일기예보를 안내하는 아나운서의 맨트가 들려온다 약속한 일도 없이 약속이 있었던 것 마냥 보내는 시간이란 제법 활기찬 일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그게 단지 내 바람뿐이었다는 걸 실감하는 일이란 또 갑자기 엄청 무료해지는 일이다 무료함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못할 때 그곳에 가 있는 마음을 몸이 견디는 시간 같다. 비는 내리고 비를 견디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무얼 하면 좋을까 며칠 전 지인이 보내 준 고향 쪽 풍경에 머문다 저기 싱그런 풍경에도 비는 올 테고 밤새 나무들 성큼 촉촉해지리라 사람에게도 내려 물기 머금을 수 있다면 참 반가운 이..

사람향기 2021.05.04

이건희콜렉션 기증..칭찬할건 칭찬하자

이건희 평생 모은 미술품 2만3천점 국내미술관들에 기증키로 미술품이 '편법상속 수단'이란 비난 무색..초대박 사후 사회공헌 1. 빈 집에 소 들어온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합니다. 삼성이 고 이건희 회장이 소장해온 미술품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28일 발표했습니다. 상속세 12조원 내고, 감염병 등 의료지원 1조원도 함께. 투자자들의 관심사였던 주식 배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대목은 ‘이건희 컬렉션’을 6월이면 누구나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일 겁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중앙박물관 등등에서. 2. 현대 문화예술이란 수퍼리치, 그 중에서도 아름다움에 편집광적인 극소수 덕분에 발전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너무 비싸니까요. 돈이 있다고 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엄청난 돈을..

카테고리 없음 2021.04.29

풀과 돌밭과 뿌리

곡우가 어제였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절기이다. 농가에서는 볍씨를 담가서 싹을 틔우고 못자리를 만드는 때가 이 무렵이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는 말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주에는 이미 온산이 연둣빛의 신록으로 가득하다. 시장 귀퉁이에는 산나물을 뜯어 팔러 나온 사람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봄이 잘 익어 벌써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느낌이다. 근래에 작은 터를 얻어 틈틈이 풀을 뽑거나 돌을 캐내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 오르는 풀도 감당하기 어렵지만, 돌밭에서 돌을 캐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삽이나 괭이의 날이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잔돌이 많다. 제주에 돌 많다는 얘기를 실감하게 된다. 호미로 풀의 뿌리를 뽑고, 또 돌을 골라내는..

좋은 기사 2021.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