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있다 황사 미세먼지 꽃가루까지 더해 연일 대기가 지저분했는데 만물이 샤워하는 것 같다 나무가 물기를 머금으면 화재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일기예보를 안내하는 아나운서의 맨트가 들려온다 약속한 일도 없이 약속이 있었던 것 마냥 보내는 시간이란 제법 활기찬 일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그게 단지 내 바람뿐이었다는 걸 실감하는 일이란 또 갑자기 엄청 무료해지는 일이다 무료함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못할 때 그곳에 가 있는 마음을 몸이 견디는 시간 같다. 비는 내리고 비를 견디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무얼 하면 좋을까 며칠 전 지인이 보내 준 고향 쪽 풍경에 머문다 저기 싱그런 풍경에도 비는 올 테고 밤새 나무들 성큼 촉촉해지리라 사람에게도 내려 물기 머금을 수 있다면 참 반가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