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곳에의 그리움 그것이 헛된 일임을 안다. 그러나 동경과 기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너져 버린 뒤에도 그리움은 슬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드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 달라고……. 어떤 엄청난 일, 무시무시하도록 나를 압도시키는 일, 매혹하는 일, 한마디로 '.. 시와 수필 2011.01.20
지금은 우리 마주보아야 할 시간 사랑을 노크합니다 "똑똑똑,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오세요." "아이 뜨거워, 얼굴도 못 들이밀겠는데요. 좀 식혀 주실수 없어요?" "식히면 사랑이 아니라 무관심인데요. 다른집으로나 가보세요." "제가 찾는것은 사랑인데요." "그럼 들어 오세요. 얼굴 델 걱정하는 사람이 어디 사랑의 집에서 사시겠.. 시와 수필 2011.01.16
생명을 길들인 다는것 나는 어려서 개를 좋아했다. 개띠여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었다. 남자 형제들 틈에서 외로이 자란 내게 개는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어른이 되면서 옛말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아이가 자라면서 개를 몹시 원했다. 우리는 집안에서 개를 키우게 되었다. 개는 날이 갈수록 자신을 사람이.. 시와 수필 2011.01.14
겨울바람 들어가고 싶어, 너에게 너의 깊숙한 틈 사이로 혼자 바쁜 심장, 속 영혼이 있는 곳까지 들어가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바늘구멍 문풍지를 흔들며 황소 떼를 몰고 들어오듯이 붉은 단풍 색깔이 물관을 타고 올라와 잎맥 구석구석 퍼져 나오듯 너의 온몸 은밀한 곳까지 나의 표식을 칠하고 싶어. 남기.. 시와 수필 2011.01.13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즐거워집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겨울도 봄 같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겨울은 겨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눈빛을 보면 얼굴이 붉어지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웃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시와 수필 2011.01.12
어디 있노 어디 있노 뒷산 그늘에 앉아 있다. 거기서 뭣하노 고요함을 보고 있다 서쪽산 그림자가 조슴스레이 다가와 동쪽산 그림자에 닿는 것을 보고 있다. 두 그림자 닿아서 뭐 하더노 어두워지더라 --이문길 무성영화처럼 혼자 골똘히 '고요'에 든 사람을 보면 덩달아 마음이 침착해지지요. 말없이 말을 거는 .. 시와 수필 2011.01.11
남자들 쓸쓸하다 남편, 아버지, 시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그를 보지 말라. 그는 한때 가부장제의 시종이었지만 그가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고 한때 권력자처럼 굴었던 과오가 있었지만 그 또한 즐거워서만 권력을 휘두른 것은 아닙니다. 그는 꼼꼼히 따져보면, 사실은 한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 없었고 한번.. 시와 수필 2011.01.05
사과 9개를 남긴 아침의 시 아침 사과 하나를 먹고 남은 9개를 보네 하나씩 먹으면 아흐레는 더 먹겠군 그러나, 아흐레나 더 나 혼자 어떻게 먹는담 내일 여기 누가 하나 와서 나흘이라도 우리 둘 같이 먹는다면! 셋이 와서 이틀이라도 우리 넷 같이 먹는다면! 그런데, 그러고도 하나는 남는군, 하나는 나는 남길 수 있을까. 그것 .. 시와 수필 2011.01.04
세모(歲暮) 한 해가 저문다 파도 같은 날들이 철썩이며 지나갔다. 지금, 또 누가 남은 하루마저 밀어내고 있다. 가고픈 곳 가지 못했고, 보고픈 사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생활이란 게 그렇다 다만, 밥물처럼 끓어 넘치는 그리움이 있다 막 돋아난 초저녁별에 묻는다 왜 평화는 상처와 고통을 거쳐서야 이윽고 깨문 .. 시와 수필 2010.12.30
받아쓰기 세상에서 받아쓰기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굴까 받아쓰기만 하면 백 점 받는 초등학교 1학년 짜리? 어르신들 모여 받아쓰기 한다. '집'이라고 쓰면 살고 있는 아파트가 되고 '짚'이라고 쓰면 벼를 털어낸 풀이 되는 게 보고 또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ㅂ'과 'ㅍ'은 모양도 비슷한데 집을 만들고 짚이 되.. 시와 수필 2010.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