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봄이 오면 나무에 꽃이 피고 잎이 돋는다 겨울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나무는 알고 있었다.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를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맨몸으로 살았다. 아프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울기도 하고 떨기도 하고 몸부림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강한 것이 하나 있었다.. 시와 수필 2011.03.21
사랑한다는 것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 시와 수필 2011.03.19
그대의 향기 나무를 보면 알 것도 같네네 마음의 상처가 나를 편안하게 하는 그 이유 네 영혼의 흉터가 너를 향기롭게 하는 그 이유생채기가 많은 나무일수록뉘 기댈 그 품이 넉넉하듯이생채기가 오래된 나무일수록뉘 쉬어갈 그늘이 짙어 지듯이산다는 것이 너와 나의 상처를부비며 만져주며 걸어가는 일네 마음.. 시와 수필 2011.03.17
흰둥이 생각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햝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겟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의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 멀리, 자꾸 뒤돌.. 시와 수필 2011.03.16
우두커니 겨울 상추 좀 먹어야겠다고 지푸라기를 덮어둔 산 아래밭에 상추 어루만지러 어머니 가시고 빵 딸기우유 사서 뒤따라 어머니 밟으신 길 어루만지며 가는데 농부 하나 밭둑에 우두커니 서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밭 하염없이 보고 있다. 머리 위로 까치 지나가다 똥을 찍 갈겨도 혹시 가슴에 깻잎 심어두.. 시와 수필 2011.03.15
또 기다리는 편지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 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 시와 수필 2011.03.11
밀물 가까스로 저녁에서야두 척의 배가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벗은 두 배가나란히 누워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무사하구나 다행이야응, 바다가 잠잠해서 --(정끝별 1964-) 시와 수필 2011.03.10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너를 만나고 돌아온 날도내 가슴은 온통피투성이였다 깊게 깊게구멍 뻥, 뚫렸다 그러나피투성이 내 가슴은어금니 한번 꽉 다물었다 침 한번꿀꺽 삼켰다 상처받지 않고어찌 살 속에 뼈아름드리 벽오동나무로키울 수 있으랴 뼛속꿈틀거리는, 솟구쳐.. 시와 수필 2011.03.09
상처의 문 내 마음밭이 거칠었습니다 내 영혼이 낮은포복하고 있습니다 어둔 강가에 세워진 나목처럼 겨울로 가는 찬바람을 그냥 맞습니다 아 지금 나의 침묵은 패배의 무게에 짓눌려 얼음강 짜개지는 신음입니다 하늘은 밤을 세워 벗어내리고 세상은 온통 순백입니다 이제는 내 거친 마음 밭 감추지 말고 있는.. 시와 수필 2011.02.28
유리창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 시와 수필 201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