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048

아소 그랑 비리오cc 3월 풍경

3월 초에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대구공항 출발 후쿠오카행이다. 아소 그랑 비리오 cc는 온천욕까지 가능한 골프리조트다 공항에서 구마모토에 있는 클럽까지는 두어 시간 걸리는 동선이다. 어두운 밤에 도착, 잠 깨자마자 내다본 풍경이다. 먼데 산 능선은 밋밋했고 그린에는 찬이슬이 내렸다. 아직은 겨울 느낌이다. 숙소에서 뷰를 좌우로 돌려본 풍경이다 동백나무는 붉은 그림자를 피우고 있었다. 꽃이 우리의 그것보다 작고 여렸다. 조식 후 8시 반쯤부터 티업이 진행되었다. 계절 탓인지 골퍼는 많지 않았고 노캐디로 2인 플레이도 가능했다. 서 코스는 전동카트가 페어웨이로도 들어갈 수 있었고 동코스는 언듈레이션이 심해서 5인용 카트가 지정 도로로만 운행되는 시스템이었다. 이국적이었던 풍경들, 중간중간 눈에 들어..

뒷모습

어떤 스님이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목살 두어 근 사들고 비닐봉지 흔들며 간다 스님의 뒷목이 발그럼하다 바지 바깥으로 생리혈 비친 때처럼 무안한 건 나였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분홍색 몸을 가진 것 어쩌면 우리가 서로 만났을까 속세라는 석쇠 위에서 몇 차례 돌아누울 붉은 살들 누구에겐가 한 끼 허벅진 식사라도 된다면 기름냄새 피울 저 물컹한 부위는 나에게도 있다 뒷모습은 남의 것이라지만 너무 참혹할까 봐 뒤에 두었겠지만 누군가 내 뒷모습 본다면 역시 분홍색으로 읽을 것이다 해답은 뒤에 있다 ㅡ 이규리

시와 수필 2023.03.16

시가 있는 아침

문틈에 배달되는 조간신문이 날마다 시 한 편을 달고 온다 주석이 달린 처음 만나는 아침의 언어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왜 시 한 편을 건질 수 없었는지 언어의 사유에 감동하고 나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을 스쳐 지나듯 증권소식과 지구 반대편 전쟁소식들을 뒤판으로 넘기며 아침이 바삐 지나간다 전쟁과 평화 그 사이에 시가 있다 날마다 시 한 편을 달고 오는 사이 전쟁으로 몇몇은 죽고 누군가는 시 한 편을 쓰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 일도 없는 듯 - 강동수 (시와 소금, 2018) ** 이웃 나라를 다녀온 아침 운동 갈 시간인데 갈 마음이 없다 여행 중 내 안에서 일어난 생경한 날것들이 여운으로 남았다.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과제가 남은 것 같다 나를 굴복시키지 못한 역경은 나를 성숙하게 ..

시와 수필 202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