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사랑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는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ㅡ이정록 시와 수필 2017.10.21
빗방울 하나가 무엇인가 창문을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즌 또는 별이든 -강은교 ㅅ 시와 수필 2017.10.17
결국 나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상처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한다 또 상처를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도 내가 결정한다 그 사람 행동은 .. 시와 수필 2017.10.12
은행나무 부부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 시와 수필 2017.09.30
달아 달아 후미진 골짜기에 긴 팔을 내려 잠든 새 깃털 만져주는 달아 이리 빈 가슴 잠 못 드는 밤 희디흰 손길 뻗어 내 등 쓸어주오 떨어져 누운 낙엽 달래주는 부드러운 달빛으로 - 김후란(1934∼ ) 이번 추석에는 무슨 소원을 빌까. 달 중에 제일은 보름달, 보름달 중에 제일은 추석 보름달이니.. 시와 수필 2017.09.29
부드러워야 강하다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는 강인한 나무 왕버들. 버드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왕버들은 버드나무 중에서 줄기가 굵고 오래 살아서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버드나무 40여 종 가운데 왕버들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왕버들을 의미하는 한자는 귀류(鬼柳)다. 왕버들은 오래 살.. 시와 수필 2017.09.26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애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 시와 수필 2017.09.21
우체국에서 근무한 작가들 소설가 박경리는 1945년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통영우체국에서 잠시 일하다 결혼했다. 이듬해 시인 유치환과 시조시인 이영도가 통영여중 동료 교사로 처음 만났다. 유치환은 이영도에게 편지 5000여 통을 20년간 보냈는데, 처음 6년여 동안 통영우체국을 이용했다. 그 편지 일부가 ‘사랑하.. 시와 수필 2017.09.18
강물이 될 때까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흐린 강물이 흐른다면 흐린 강물이 되어 건너야 하리 디딤돌을 놓고 건너려거든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디딤돌은 온데간데없고 바라볼수록 강폭은 넓어진다 우리가 우리의 땅을 벗어날 수 없고 흐린 강물이 될 수 없다면 우리가 만난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사.. 시와 수필 2017.09.18
풍경 뎅그렁 바람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 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김제현 (1939~ ) 한 시조 시인이 퍽 오.. 시와 수필 2017.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