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꽃냄새 내 몸에서 깻묵 썩은 냄새가 나지야 깨꽃 같은 등창이 몸에 번져 병석에 오래 계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깨꽃냄새 같지만 썩은 냄새는 아니예요 썩는다는 말이 불경스러워 말했지만 아버지는 눈감고 고개를 저으셨다 썩은 깻묵에서 깨꽃냄새가 날 리 없지야 썩은 깻묵에서 깨꽃.. 시와 수필 2018.10.14
이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사람하나 만나고 싶다 푸르디 푸른 하늘에 한 점 구름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운치 있다 하겠지만 외로운 하늘의 마음을 달래주는 한점 구름 같은 사람하나 만나고 싶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開眼)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 시와 수필 2018.09.18
처음 가는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 시와 수필 2018.08.12
강우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을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 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 시와 수필 2018.05.22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ㅡ나태주 시와 수필 2018.05.08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는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하루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시와 수필 2018.05.01
넘어서야 창조한다 그대는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했는가? 무엇이 그대의 영혼을 끌어당겼고 행복하게 했는가? 소중한 대상들을 떠올려 보라. 그대의 진정한 본질은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이 있다. 그대의 교육자는 그대를 해방시키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바로 그것이 모든 교.. 시와 수필 2018.04.09
산·2 산을 오르다가 내가 깨달은 것은 산이 말이 없다는 사실이다 말 많은 세상에 부처님도 말이 없고 절간을 드나드는 사람도 말이 적고 산을 내려오다가 내가 깨달은 것은 이들이 모두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이 없는 세상에 사람보다는 부처님이 더 말을 하고 부처님보다는 산이 더 .. 시와 수필 2018.03.16
괴물 /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 시와 수필 2018.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