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떨어지는 이유 동백꽃은 왜 떨어지는가 돌아볼 새 없이 옹골지게 동백꽃 떨어진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제 목을 쳐서 떨어진다 금상첨화의 꽃 따윈 허공에 진 빚으로 치부하는 저 개결한 습성이야말로 무명의 성질을 닮았다 목을 걸고 맹세한다는 말 해내겠다는 말 섭리를 뱉어내는 목, 몫으로 .. 시와 수필 2019.02.21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마세요, 늙은이도 하루가 끝날 때 뜨겁게 몸부림치고 소리쳐야 합니다; 빛의 소멸에 대항해 분노, 분노하십시오. 현명한 사람들은, 생을 마감하며 어둠을 당연히 받아들일지언정, 자신의 말들이 번개를 갈라지게 하지 못했기에, 그냥 순순히 작별인사하지 않지.. 시와 수필 2019.01.24
‘집순이’ 시인의 고백 “엄마처럼 되는 게 두려웠다” 김수영문학상 받은 이소호 시인 가부장제·남녀차별 낱낱이 조롱 입에 달라붙는 대화체 문장 일품 “내 안에 쌓인 체증 시로 풀어내” 우리 시대의 왜곡된 가부장 문화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이소호 시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러니까네가그동안남자들한테차인거야나니까지금까.. 시와 수필 2019.01.18
그랬다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 김용택 시와 수필 2019.01.03
기억하는가 기억하는가 우리가 만났던 그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 물 내리던 그 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ㅡ최승자, 「기억의 집」, 문학과 지성사 시와 수필 2018.12.24
낯선곳 외 3편 낯선 곳/고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 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은 습관으로 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 시와 수필 2018.12.21
그날 그날, 텔레비젼 앞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 울컥 울음이 터졌다 멈출 수 없어 그냥 두었다 오랫동안 오늘 이전과 이후의 일만 있을 것 같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 -곽효한 그날을 어떤 날이라 특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텔레비젼을 두고 .. 시와 수필 2018.12.14
도깨비 감투 사람이라면 누구나 쓰면 쓴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있다. 모든 사람은 제 도개비 감투를 쓰고서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들 간다 인간들은 모두 사람 감투를 쓰고 있다. 이 세상에 사람들만 사는 줄로 알게 된다는 사람 감투를 쓰고서 투명인간처럼 나아간다 -.. 시와 수필 2018.12.11
비스듬히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ㅡ정현종 시와 수필 2018.12.04
표리부동 어젯밤 꿈에는 네가 나왔다. "잘 지내?"라고 차마 묻지 못했다. "잘 지내."라고 서슴없이 대답할까 봐. 누구보다 네가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이렇게나 나쁘다. 꿈속에서도 나아지지 않는다. 시아침 12/03 평소엔 그렇게나 네가 잘 지내길 바라는데 꿈에선 반대다. 너의 평안을 바라지 .. 시와 수필 2018.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