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 - 이중섭 '개구리와 어린이' 1955년 작 풍장 .1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 시와 수필 2014.02.11
나를 흔든 시 한 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1917~45) ‘서시’ 어린 시.. 시와 수필 2014.02.03
싸우는 그대에게 슬프다니요 절망스럽다니요 당신 안에 적이 있군요 권리를 빼앗기는 것은 속상한 일이지만 나날이 새로워지는 생의 의무를 망각하는 일은 더 슬프고 나쁜 일이에요 -송경동 (1967~) ‘안녕하십니까’와 ‘안녕들하십니까’의 눈에 보이는 차이라면 ‘들’이 하나 들고 빠짐 정도에 있겠.. 시와 수필 2013.12.19
수수께끼 극장을 나와 우리는 밥집으로 갔네 고개를 숙이고 메이는 목으로 밥을 넘겼네 밥집을 나와 우리는 걸었네 서점은 다 문을 닫았고 맥줏집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들어갈 수 없었네 안녕, 이제 우리 헤어져 바람처럼 그렇게 없어지자 먼 곳에서 누군가가 북극곰을 도살하고 있는 것 같애 차.. 시와 수필 2013.12.10
은둔지 시는 무신론자가 만든 종교. 신 없는 성당. 외로움의 성전. 언어는 시름시름 자란 외로움과 사귀다가 무성히 큰 허무를 만든다. 외로움은 시인들의 은둔지. 외로움은 신성한 성당. 시인은 자기가 심은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나는 나무에 목매달고 죽는 언어 밑에서 무릎.. 시와 수필 2013.12.08
겨울나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 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 나무 -이재무 보고 싶은 것만 보.. 시와 수필 2013.12.04
나무가 나무를 모르고 공원 안에 있는 살구나무는 밤마다 흠씬 두들겨 맞는다 이튿날 가보면 어린 가지들이 이리저리 부러져 있고 아직 익지도 않은 열매가 깨진 채 떨어져 있다 새파란 살구는 매실과 매우 흡사해 으슥한 밤에 나무를 때리는 사람이 많다 모르고 때리는 일이 맞는 이를 더 오래 아프게도 할 것.. 시와 수필 2013.11.18
은행나무 길 누가 저토록 녹색의 변신을 찬란하게 보일 수 있을까. 누가 저토록 탐욕을 털어 버리고 의연히 그 자리에 설 수 있을까. 누가 저토록 처절한 추락을 황홀하게 수 놓을 수 있을까. 누가 저토록 진지한 삶의 의지를 하늘 끝까지 뻗어 갈 수 있을까. -유응교 시와 수필 2013.11.09
가을 엽서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요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현 시와 수필 2013.11.03
나무들 생각해 보라 이 세상에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가 어디 있으랴 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에 마른 입술을 대고 서 있는 나무 온종일 신을 우러러보며 잎이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가슴에는 눈이 쌓이는 나무 비와 더불어 다정하게 살아가는 나무 ..... 나 같은 바보도 시는 쓰지만, .. 시와 수필 201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