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가 없는 세상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테고 대포도 안 만들테고 탱크도 안 만들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테고 그래서 어머니.. 시와 수필 2014.06.16
상가에 모인 구두들 저녁 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가에 어울리.. 시와 수필 2014.05.29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던 상처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김용택 풀잎같은 사람도 있고, 꽃잎같은 사람도 있지요, 상처받고 싶엄버 받는이가 어디 있을까요 .. 시와 수필 2014.05.16
바닥論 나는 바닥이 좋다. 바닥만 보면 자꾸 드러눕고 싶어진다. 바닥난 내 정신의 단면을 들킨 것만 같아 민망하지만 바닥에 누워 책을 보고 있으면 바닥에 누워서 신문을 보고 있으면 나와 바닥이 점점 한 몸을 이루어가는 것 같다 중략~ 그 어느 날 바닥에... 내 몸을 납작하게 깔았을 .. 시와 수필 2014.05.08
바닥 그는 지금 여기가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더는 밀려내려갈 곳이 없으므로 이제 박차고 일어설 일만 남은 것 같다 들끓는 세상이 잠시 식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갈증은 그런 게 아니다 바닥의 바닥까지 내려가 여기가 바로 밑바닥이구나 싶을 때 바닥은 다시 천길 만길의 굴욕.. 시와 수필 2014.04.29
죽고 난 뒤의 팬티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자(者)도 아닌 죽은 자(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 시와 수필 2014.04.01
누군가의 팬으로 산다는 것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여고 동창 SNS에서 30여 년 만에 만난 친구 얘기다. 여고시절 나의 ‘전도’로 좋아하게 된 모 가수를 지금까지 좋아한단다. 이젠 상대 가수도 자기를 알아보고 공연에 초청할 정도가 됐다고 했다. 며칠 후 TV 화면에 그 가수의 콘서트에 간, 이제는 중년 아줌마 팬이.. 시와 수필 2014.03.26
이야기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나는 언저리를 사랑한다 언저리에는 피멍이 맺혀 있다 시대의 어려움을 방종의 구실로 삼지 말고 자기 탓으로 돌리지도 말 것 양자 다 어둡고 진지한 표정으로 흥청거리는 꼴을 볼때 마다 혓바늘이 돋는다 나무가 되기 위해 씨앗이 자라는 것은 아니다 목적 때문에 생을 망쳐서는.. 시와 수필 2014.03.07
촉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나태주(1945~) * 봄은 시골에 먼저 오나보다. 위 사진은 수선화 '촉'이다.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 숨어 있.. 시와 수필 2014.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