퉤퉤퉤 나쁜 꿈 꾸었다고 투덜대니 어머니는 아무 말 말고 밖에 나가 침을 퉤퉤퉤 세 번 뱉으라고 하시네 나는 누가 볼까 화단 쪽으로 고개를 돌려 퉤 퉤 퉤 나오지도 않는 생침을 뱉는데 하필, 막 피어나는 제비꽃 꽃잎에 떨어졌네 나쁜 꿈 옮기고 저 여린 것 차마 볼 수 없네 -정상미 시와 수필 2013.10.22
꽃 한송이 복도에서 기막히게 예쁜 여자 다리를 보고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골똘히 그 다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주 오던 동료 하나가 확신의 근육질의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시상 (詩想)에 잠기셔서.... 나는 웃으며 지나치며 또 생각에 잠긴다 -정현종 귓볼이 붉게 달아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 빨.. 시와 수필 2013.09.30
달의 몰락 나는 명절이 싫다 한가위라는 이름 아래 집안 어른들이 모이고, 자연스레 김씨 집안의 종손인 나에게 눈길이 모여지면 이젠 한 가정을 이뤄 자식 낳고 살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네가 지금 사는 게 정말 사는 거냐고 너처럼 살다가는 폐인 될 수도 있다고 모두들 한마디씩 거든다 난 정상.. 시와 수필 2013.09.16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 시와 수필 2013.09.05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든 .. 시와 수필 2013.09.02
끝말 잇기 물고기가 처음 수면 위로 튀어오른 여름 여름 옥수수밭으로 쏟아지는 빗방울 빗방울을 맞으며 김을 매는 어머니 어머니를 태우고 밤길을 달리는 버스 버스에서 졸고 있는 어린 손잡이 손잡이에 매달려 간신히 흔들리는 누나의 노래 노래가 소용돌이치며 흘러다니는 개울가 개울가에서 .. 시와 수필 2013.09.01
한국식 죽음 외 1편 / 김승희 한국식 죽음/김승희 · 김금동 씨(서울 지방 검찰청 검사장), 김금수 씨(서울 초대 병원 병원장), 김금남 씨(새한일보 정치부 차장) 부친상, 박영수 씨(오성물산 상무 이상) 빙부상 - 김금연 씨(세화 여대 가정과 교수) 부친상, 지상옥 씨(삼성 대학 정치과 교수) 빙부상, 이제이슨 씨(재미, .. 시와 수필 2013.08.25
나의 남은 꿈 논산 집 현관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 있는 집" 검은 오석에 새겨진 이 판석은 논산 집의 리모델링을 끝내고 숙고 끝에 내가 직접 써 새겨 온 것이다. 재齋나 헌軒 혹은 당堂 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이 상례지만 조선 사대부의 전통을 따르는 그런 이름이 .. 시와 수필 2013.08.15
애인 님에게는 아까운 것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布施)를 배웠노라. 님께 보이자고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持戒)를 배웠노라. 님이 주시는 것이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인욕(忍辱)을 배웠노라. 천하에 .. 시와 수필 201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