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빵 외 3편 공갈빵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꽃구경하던 봄날, 우리 엄마 갑자기 내 손을 놓고 그 자리에 어러붙은 듯 걸음을 떼지 못하는 것야 저쯤 우리 아버지, 어떤 여자랑 팔짱 착, 끼고 마주 오다가 우리하고 눈이 딱, 마주친 거지 "현숙이 아버......, "엄마는 아버지를 급하게 불렀고, 아버지는 "뭐.. 시와 수필 2012.06.01
천천히 와 천천히 와 천천히 와 와, 뒤에서 한참이나 귀울림이 가시지 않는 천천히 와 상기도 어서 오라는 말, 천천히 와 호된 역설의 그 말, 천천히 와 오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기다리는 마음이 건네준 말 천천히 와 오는 사람의 시간까지, 그가 견디고 와야 할 후미진 고갯길과 가뿐 숨결마저도 자.. 시와 수필 2012.05.31
혀 입술 안쪽 유일한 짐승인 혀는 눈도 손발도 없이 온몸으로 꼼지락거리는데 그 몸 어딘가 꿈틀꿈틀 천 개의 활주로가 있다는데 그 많은 공지 위로 수생의 버짐꽃이 피고 진다는데 혓바닥 빌려 한 켠에서 쟁기질한다는 이야기는 또 무어냐 혓바닥에 자주 돋는 뾰족한 가시 울타리 잘라내고.. 시와 수필 2012.05.09
납치의 시 첫사랑이 찾아온 것 같다. 온 동네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친구는 이 꽃이 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연산홍의 꽃말이 첫사랑이라고 한다. 마음만 붉어지는 첫사랑에 비하면 정말 야한색이다. 카메라를 들고 아파트앞 논밭으로 저수지로 산책을 다녀왔다. 신록의 계절, 오월 계절.. 시와 수필 2012.05.01
시가 내게로 왔다 매일 함께 하는 식구들 얼굴에서 삼시 세 끼 대하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때마다 비슷한 변변찮은 반찬에서 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 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집는데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다시금 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한번에 먹자 하니 입 속이 먼저 짜고 이러지도 .. 시와 수필 2012.04.26
평생 월하리 은행나무가 이렇게 늙어도 매년 열매를 열 수 있었던 까닭을 노인은 개울이 은행나무 근처 흘렀던 탓이라고 전해주었다 개울의 수면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와 맺어졌다는 이 고목의 동성애와 다름없는 한평생이 은행의 다육성 악취와 함께 울컥 내 인후부에 머문 어느 하루! 누구.. 시와 수필 2012.04.25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수로(水路)를 따라 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 주네 결코 눈뜨지 말라 지금 한 쪽마저 봉인되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는 이 숲은 나비 떼 가득 .. 시와 수필 2012.04.23
꽃 말이 되지 않는다. 손아귀에 꽉 꽉 꽉 구겨 쥔 에이 포 용지를 냅다 방구석으로 던졌다. 어, 처박힌 종이뭉치에서 웬 관절 펴는 소리가 난다. 뿌드드드 드드 부풀어오르다, 부풀어오르다, 이내 잠잠 해 진다. 종이도 죽는구나 그러나 입 콱 틀어 막힌 그 마음의 밑바닥에 얼마나 오래 눌어.. 시와 수필 2012.04.21
비망록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 네 살이었다. 神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조아리며 숨어 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레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없는 눈물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 네해째 가을은 더듬.. 시와 수필 2012.04.18
4월의 노래 금오산 자연환경연수원 가는 길입니다. 꽃을 보는 심사가 제각각이겠지만, 님만 할까요. 꽃도 좋지만 님과 함께 꽃길을 걷는다면, 이봄엔 가는 곳마다 꿈같은 꽃길이 되겠습니다.. 벚꽃 축제 여한 없이 핀 가지마다눈이 즐겁고반쯤 벙글어손을 꼽게 하는 나무도 있구나한두 송이 피우다 .. 시와 수필 2012.04.14